책소개
방은선의 로맨스 장편소설 『흑야』. 피, 울음, 통곡, 질척한 절망. 긴 손가락에 묻은 희생자의 피를 혀로 핥는다. 흑야, 깊고 깊은 밤 그보다 더 어둡고 어두운 시야. 그 존재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요역의 문이 열렸다. 동쪽, 굶주린 검은 뱀의 거처. 흑야 염화, 그의 시선이 삼켜진 빛을 바라보다.
중학교 2학년 때, 사회과목에서 세계사를 배우면서 유대인 학살과 나치에 관한 영화를 보고 감상문을 내라는 숙제를 한 적이 있다. 그 때, <피아니스트(The Pianist, 2002)>라는 영화를 보았는데, 유대인 피아니스트가 나치의 학살 속에서 숨어 지내다가 우연히 자신의 연주에 반한 독일 장교를 만나 운이 좋게 살아남는 내용이다. 나치나 파시스트, 홀로코스트에 대해 무지했던 나에게는 아무 죄가 없는 사람을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학대, 학살하고 더군다나 이 영화가 실화라는 점에서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그 후, 지금으로부터 1~2개월 전 쯤에, 영화를 소개해 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우연히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The Boy In The Striped Pajamas, 2008)>이란 영화를 보게 되었다. 이 영화는 독일 장교인 아버지를 둔 브루노가 아버지가 유대인 수용을 담당하게 되어 유대인 수용소에 사는 또래의 유대인 아이를 만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이다. 브루노는 유대인이 무엇인지도, 그 수용소가 뭐하는 곳인지도 모르고, 그들이 왜 파자마를 입고 있는지도 모른 채, 그 파자마(죄수복)를 입고 수용소 안에 몰래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