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워지지 않는 기억들에 아파하는 사람들!지워지지 않는 순간들에 대한 열 가지 이야기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2008년 플래너리 오코너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신예 작가 앤드류 포터의 처녀작이다. 시간이 지난 다음에도 지워지지 않는 어떤 기억들에 아파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플롯’이 어떻게 구성되는가를 논하기 이전에 본고에서 설명할 ‘플롯’이라는 용어에 대해 정확히 짚어 보겠다. 플롯이라는 단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서 처음 제시되었고, 오늘날 소설,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서사 장르에 통용되어 사용되지만, 그 의미가 통일되지 않아 의미를 혼동하기 쉬운 용어이다. 본고에서는 ‘플롯’을 소설, 영화 등에서 이야기를 구성하는 일련의 사건 또는 사건의 논리적인 패턴과 배치로 의미를 한정하겠다.
1. 본문 내용 요약
“자만심은 물리학자에게 있어 가장 큰 방해 요인이지요.”
물리학 교수 로버트와 그의 제자 헤더는 시험문제를 계기로 처음 관계를 맺는다. 헤더는 시험시간 끝끝내 자리를 지키며 물리학 방정식 문제를 풀려고 했으나 결국 시험시간은 끝이 나며, 시험 시간을 다 채운 학생은 자신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시험이 끝나고서 로버트는 헤더에게 같이 이야기하는 게 어떻냐고 제안한다. 헤더와 로버트는 로버트의 아파트에서 시험 이야기를 하며 이야기를 하는새 헤더는 그에게 알 수 없는 편안한 정서를 느끼고 정서적으로 친밀한 관계로 발전해나간다.
시험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어머니와 소원한 관계, 크리스마스에도 집에 가지 않는 상황, 전 남자친구 알렉스 페이더와는 한때 결혼까지 생각했지만 이제는 거의 말을 하지 않게 된 처지까지 무언가에 이끌리듯 편안하고 담담히 이야기해나간다.
<중 략>
4-1. 불륜 미화 이야기
헤더의 결혼이나 연애에 대한 가치관은 특별히 서술되지 않았고, 헤더의 관점에서 서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헤더의 감정선이 정당화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헤더와 로버트가 하는 행위는 플라토닉적인 면모가 더욱 클 수도 있겠지만 세간의 기준에서 봤을 때는 명확한 불륜 행위이다. 플라토닉적인 부분이 크기 때문에 이 관계가 불륜이냐 아니냐를 생각해보았을 경우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의견이 달라질 것이며 이에 논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4-2. 젊은 날의 실수
작품을 재미있게 감상하는 예상 독자층은 20-30대가 아닌 중년 이상이다. 소설은 기본적으로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소비하기 위해 읽는 작품들이기 때문에 읽으면서 공감이 되거나 재미나 흥미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사건 사고 없이 진행되는 잔잔한 서사 진행 방식에 ‘재미’에 집중해서 읽는다면 이는 크게 추천하고 싶지 않은 작품이다.
중년층의 독자들은 자신의 젊은 날의 ‘실수’이자 ‘추억’을 돌아보며 떠올릴 수 있는 매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에 느껴졌던 공허함과 이를 해소하는 방식으로서 ‘이성’을 찾았던 경험을 생각하며 읽는다면 담담한 서사 진행이지만, 자신의 경험적인 스토리를 떠올려 읽다보면 작품을 더욱 재미있게 소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내용을 듣는 도중 영화 ‘은교’가 생각났다. 영화 ‘은교’에서는 위대한 시인이자 나이 많은 노인인 이적요가 당차고 싱그러운 매력을 지닌 열일곱 소녀인 은교에게 매혹당하고 은교는 이적요를 동경하게 된다. 은교와 이적요의 모습이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에서 나오는 헤더와 로버트의 모습 같았다. 다른 학생들은 시험지에 답을 적지 않고 그대로 일어나서 나갈 때 헤더는 오답이지만 답을 적고 끝까지 남아 있다가 시험지를 제출하는 당당함을 보였고 이러한 남들과는 다른 모습에 로버트는 관심이 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로버트가 차를 마시자는 제안을 했고 로버트와의 대화를 통해 헤더는 같은 또래의 남자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었던 어른스러움, 정신적인 것들을 느꼈을 것이다. 의대 상급생이며 누구나 부러워 할 인기남인 콜린이 남자친구이지만 로버트에게 관심이 갔던 이유는 물질적, 육체적인 것이 아닌 정신적인 것에 색다른 끌림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