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인도 출신의 소설가 아미타브 고시가 쓴 이 책은 “기후변화와 생각할 수 없는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부제가 붙어 있다. 이는 이 책에 실로 엄청난 의미를 부여한다. 그는 이 책을 3부, 즉 문학·역사·정치로 나누었는데, 이 세 가지 문화 양식이 하나같이 기후변화를 ‘생각할 수 없는 것’으로 간주함으로써 그것이 야기하는 위험을 보지 못 하도록 가로막는 가정들을 공유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기후 위기는 문화의 위기이자 상상력의 위기라는 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아직껏 다른 시대를 위해 주조된 녹슨 무기로 무장한 인문학과 인문과학을 향해 새로운 시대, 새로운 위기에 대처하는 새로운 방안을 고민하도록 촉구한다. 그 해법은 세계적 차원의 집단적 실천과 인간 존재를 새롭게 그리는 우리의 상상력 복원에 있다고 본다.
기후변화라는 전 지구적 위기를 비서구적 관점에서 담아낸 독보적인 《대혼란의 시대》도 환경 불평등을 다룬다는 점에서 《느린 폭력과 빈자의 환경주의》와 일치한다. 《대혼란의 시대》에서 저자는 “우리는 정말로 ‘대혼란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가?” 하고 묻는다. 고시는 미래 세대는 당연히 그렇게 여길 거라고 말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우리 시대의 문화가 지구 온난화에 맞서는 데 실패한 사실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그는 기후변화의 규모와 위력을 파악하지 못하는 우리의 무능을 문학·역사·정치 차원에서 탐구한다.
이번 연도, 특히 여름이 되고서 전 세계적으로 위기라는 기사들을 많이 보았다. 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우크라이나의 최대 밀 생산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 식량값이 오른다는 것이라던가. 영국이 40도를 넘고 이런 폭염에 뒤덮인 유럽은 철로와 활주로가 녹아 운행이 제한되고 데이터 센터, 서버까지도 견디지 못한다. 당장 인터넷에 기후 위기라는 단어만 검색해도 전 세계 곳곳에서 이상 현상이 일어나고 있으며 우리가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심각한 상황인데 강력한 기후 위기 대비 전략을 펼치기보다 기후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지도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물론 비건식으로 돌아서는 등 실제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들 현재 일어나고 있는 기후 위기들을 단숨에 바꿔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