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문학 연구자이자 문학평론가로서 40여 년간 다양한 문학 범주를 망라해 다뤄온 김종회 교수의 <한민족 디아스포라 문학>. 저자는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재직 중인 동시에 한국문학평론가협회 회장이며, 과거 사단법인 일천만이산가족재회추진위원회 사무총장, 통일문화연구원 원장 등을...
1. 디아스포라 문학의 가능성과 과제
디아스포라(diaspora)라는 용어는 유대인의 이산의 역사를 담고 있는 의미로 곧 전세계로 흩어진 한민족 디아스포라의 역사적 의미와 맞닿아 있다. 일제의 침략과 강탈을 피하여 중국과 중앙아시아 및 미주로 이주한 우리 민족공동체의 형성으로 인해 탄생한 문학이 바로 디아스포라적인 문학으로 형성되어 축적된 해외동포문학을 ‘한민족 문화권의 문학’이라 호명한다.
중국에서 1930년대 조선족이라는 소수민족으로 문학 활동을 전개한 동인단체는 북향회를 발족하고, 북향이라는 문예지를 발간한다. 이를 토대로 북간도의 안수길, 작가 김창걸, 시인 리욱 등이 활동하였다. 현재는 200만이 넘는 조선족이 거주하면서 수많은 한글 문학을 창작하고 있다. 또한 중앙아시아에 고려인이라는 이름으로 한민족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한글 신문 ‘선봉’을 창간하고, 다양한 작품을 발표하였으며, 소설보다 비극적인 삶을 산 조명희가 그 문단 형성의 모태요 중심이었다. 현재 50만명이 넘어선 고려인 사회는 문학을 통한 한민족 디아스포라의 소통을 시도한다면, 이 지역의 한글 문학과 창의적이고 다양한 교류 및 협력을 염두에 두는 것이 옳겠다. 특히 중국의 경우에는 조선족 사회의 건재를 자랑하고 있으나, 중앙아시아 지역은 한글 문학이 점차 위축되고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및 분단이라는 한민족의 특수한 상황은, 근대 이후에 일본에 거주하게 된 재일 조선인의 디아스포라적 정체성을 확정하는 데 주요한 동인이 된다. 해방 이전 장혁주와 김사량의 문학 활동을 본격적인 재일 조선인 문학의 시작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며, 해방을 전후하여 등장한 김달수와 이은직 등이 그 뒤를 이어간다. 1960년대 이회성과 김학영으로 대표되는 제2세대 작가들이 민적 정체성과 재일의 현실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문학적 외연을 노정하고, 그 뒤를 이어 이지와 이기승 같은 새로운 세대의 얼굴들과 유미리와 가네시로 가즈키 등의 제3세대 작가군으로 넘어간다. 이들은 일본의 유력한 상들을 수상하며 두각을 나타내는 등 일본 주류 문단에서 인정을 받으면서, 거의 모두가 자신의 이중적 신분을 넘어 실존적 자아 확립으로 나아가는 길을 고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