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평론가 이어령이 1960년대에 쓴 소설 <장군의 수염>을 입체적인 감상을 안내하는 책. 작품 전문을 싣고, 작품 해설 및 작가 대담, 이어령의 에세이를 함께 실었다. 작가와 함께 대화로 읽는 소설' 시리즈의 다섯 번째 권으로 출간된 책이다. 이 시리즈는 작품에 작가가 숨겨둔 미학과 그것이 반영하는 바를 작가의 육성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기획되었다.
<장군의 수염>은 상징적이고 우화적인 이미지를 통해 한국 현대사에서 전개되었던 부조리한 사회상황의 실체를 탐색하고, 더불어 맹목적인 의지와 갈등하는 인간의 존재문제를 조명하는 작품이다. 전업작가가 아닌 비평가에 의해 씌어진 소설이라는 점, 그리고 이 작품이 지니고 있는 전위적인 난해성 및 시대적인 상황 때문에 마땅한 평가를 받지 못해왔다는 것이 평론가 이태동 씨의 견해다.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평가되는 프란츠 카프카는 “실제로 그 무대는 전혀 어둡지 않다. 그것은 대낮의 햇빛으로 가득 차 있다. 사람들이 눈을 뜨지 못하고 보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그것 때문이다”라고 했다.
1970년 이전의 웬만한 소설과 작품은 고루하기 짝이 없고, 무거운 주제와 언어의 장벽으로 가까이 대할 수 없었다고 생각한 나는 감각적이고 흥미 위주의 작품에만 눈길을 두고 있었다. 특히 단순하고 무지한 나를 비웃는 듯한, 이른바 카프카 문학의 형이상학적인 묵직함은 나에게 손조차 댈 수 없는 작품들의 일종이 되어 버렸다. 그런 나에게 있어 소설 <장군의 수염>이란 책과의 만남은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장군의 수염>은 1960년대 말의 소설로 문학평론가로 대단한 지평을 확보한 이어령 작가의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