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사회가 잘못했다고 배웠으면 어땠을까. 가장 부끄럽고 한심하게 기억되는 것은, 중고등학교 내내 내가 경멸하는 눈빛으로 친구들을 바라보았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이 비싼 학비를 내고서 수업시간에 널브러져 있다는 이유로, 더 열심히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가 다닌 대안학교는 자신의 가문을 일으키는 중흥시조가 되라고 가르쳤다. ‘삶을 예술로’ 가꾸기 위해 더 성공하고 더 부자가 되고 더 똑똑해지라고 입학할 때부터 졸업할 때까지 귀에다 침을 튀기며 소리를 질러댄다. 나는 누구보다 그렇게 되고 싶었다. 개천에서 난 용이 되어서, 자수성가의 주인공이 되어서, 아프리카에 학교를 세워주고 우물을 뚫어주는 ‘우물러’가 되고 싶었다. 아이비리그에 가고 싶었고, 유엔에서 일하고 싶었다. 진심으로 그렇게 되길 바랐고, 어쩌면 그럴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 당장 지금 상태는 죽어라고 노력해서 벗어나야 할 상태였고, 탈출해야할 무지하고 가난한 결핍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