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고요한 주택가를 피로 물들인 카르텔의 살육에서 살아남아
‘짐승’이라 불리는 기차에 올라야 했던 모자의 처절한 여정
멕시코 남서부 태평양 연안에 자리한 아름다운 휴양 도시 아카풀코. 어느 토요일 고요한 주택가에 울려 퍼진 총성은 열다섯 살 생일을 축하하는 성인식인 킨세아네라를 순식간에 피로 물들인다. 얼음이 담긴 잔에 맺힌 이슬이 채 마르기도 전에 싸늘하게 식어간 열여섯 명의 가족들. 지옥 같은 살육 현장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두 모자, 리디아와 루카는 자신들의 목숨을 노리는 잔혹한 카르텔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당장 떠나야만 한다. 가족들의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매 순간 목숨을 건 선택이 이어지는 엘 노르테를 향한 여정에서 알게 된 그날의 진실은…….
계약 당시부터 출판사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은 《아메리칸 더트》는 출간 직후 수많은 매체가 동시에 ‘원픽’ 소설로 꼽기도 했다. 숨 돌릴 틈 없이 빠르게 전개되는 스토리로 강렬한 흡인력을 보여주며 독자들을 매료시키는 동시에 인간의 존엄과 생명의 가치, 난민 문제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남긴다.
기존에 사람들이 알고 있던 지닌 커먼스는 인간의 상상력과 감정을 자극하는 색다른 스토리텔링으로 유명한 작가로서 수많은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던 작가이다. 하지만 이 책을 발표하면서 소외된 공동체를 주제한 문화적 표현, 전유 등에 대한 저자의 책임에 대한 토론이 촉발되면서 칭찬과 논란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요주의 인물로서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게 된다. 그녀는 이민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돕기 위해 사람들의 인간성에 대해 최대한 사실적으로 나타내기 위했다고 표명했으나 일부 사람들은 멕시코인이 아닌 작가가 그들의 경험에 대한 잘못된 글을 작성하였고 또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린 수준이라는 비판에 직면했고 그들의 이야기는 그들이 직접 거론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난민들로 인한 문제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우리는 별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나 역시 어떻게 해서 그들이 난민이 되었는지, 그리고 왜 고향을 떠나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을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은 없었다. 정치적, 경제적인 이유로 또는 다른 사회적인 문제들로 지금도 이 세상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난민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한편 생각해보면 난민들은 우리 생활에 더 가깝게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해마다 탈북민들이 여러 가지 루트로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있고, 얼마 전에는 아프간에서 탈레반에 의한 쿠데타로 인해 정치적인 이유로 우리나라를 도와 일을 하던 사람들이 대거 입국하기도 했다.
이 소설은 멕시코의 어느 마을에서 난민의 길에 오를 수밖에 없었던 어느 모자의 여정에 관한 책이다. 그리고 이 소설을 읽으며 난민들이 왜 정들었던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