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 한국사, 한 걸음 더
‘한국사, 한 걸음 더(한국역사연구회, 푸른 역사)’는 기존 역사 관련 도서의 형식적이고 진부한 틀을 벗어나 독자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매우 실험적이고도 독특한 책이다. 이 책은 한국사 연구자 63인이 각자의 학문적 관심사에 따라 다양한 주제로 집필한 총 70편의 글을 고대, 고려, 조선, 근대, 현대 등의 시대별로 구성하여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 실린 모든 글은 필자의 견해가 완벽히 정리되지 않은 ‘열린 글’이기 때문에 독자가 각 주제에 대해 스스로 고민해보며 사고를 확장하게 한다. 필자의 자유로운 발언들은 마치 독자와 토론을 하는 듯하며, 엄숙한 분위기의 역사학계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진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모든 주제가 흥미로웠지만, 그중에서도 현대의 관점으로 재해석하여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우리 사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몇 가지 주제들을 소개해보고, 나의 개인적인 의견을 간단히 첨언하고자 한다.
2. 본론 1 : 역사 소비시대, 공공 역사학의 길
미국의 천문학자 도널드 오스터브룩은 “역사는 너무나 중요하기에 역사가들에게만 맡겨둘 수 없다.”고 하였다. 역사는 이제 더는 역사학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늘날 대중은 영화, 드라마, 소설 등의 문화 콘텐츠로 생성된 역사를 자연스레 소비하고 있는데, 이는 과학기술의 진보가 문화혁명을 이끌면서 역사가 대중화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늘날 역사학은 전문성과 대중성의 경계가 점점 희미해지고 있고, 이 두 특성을 조화롭게 하나로 아우르며 역사와 대중의 만남을 연구 대상으로 삼는 공공 역사학이라는 새로운 역사학에 기대를 걸게 되었다. 미국에서는 이미 1970년대에 ‘공공역사’라는 용어가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