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그 주위를 위성처럼 빙빙 도는 누군가의 마음에는 전혀 곁을 주지 않은 채로요.
_유주의 이야기
이제 낯가리던 게 없어졌는지 어쨌는지 쟤는 계속 나대는... 호기심에서 시작된 이들의 점심은 여름철이 지나도록 계속되고, 세 사람은 마음을 나누며 점점 더 가까워진다. 그러던 중 예상치 못했던 사고로 진영의...
아무 의미 없는 시간이 흘러간다. 석양이 지는 노을빛을 바라보며 내 인생도 저렇게 고요히 저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째서일까. 아무 조건 없이 만나는 관계를 지금 생각해보면 가졌던 것 같다.
고등학교라는 감옥 안에서 죄수들의 복장을 지닌 채로 무색무취의 환경을 가진다면 그건 저주일까 축복일까. 다양한 인간상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뭘 해야 할지 정해져 있지만 그걸 억지로 하려 하진 않는다. 공부와 친구 관계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지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공부로 서열이 갈리는 사회에서 정상적인 사고를 하기란 어려웠던 것 같다. 민주주의 사회 안에서 계급사회를 느끼는 처절 감은 좌절하고 정신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느끼기에 충분했었다. 열심히 산다는 것의 의미는 곧 결과 위주의 학업 성취도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깨닫고 여유롭게 살 수 없는 현대사회의 현실을 어린 나이에 벌써 깨닫고 절망에 빠진 게 아닌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