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시바타 쇼 장편소설 『그래도 우리의 나날』. 1960년, 스물여섯 나이에 데뷔한 저자가 자신이 통과한 대학시절을 담아 서른 살에 쓴 장편소설로, 일본 젊은이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1960, 70년대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자신들이 믿고 있던 가치관의 붕괴로 삶의 방향과 의미를 잃어버린 청춘의 삶, 그리고...
어릴 때 책방에 가면 화장실을 가는 것이 정석이었다. 그 많은 책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느낌을 받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한다. 사고 싶은 책은 많았지만 돈이 없어 어머니에게 용돈을 받아 갈 때마다 한 권씩만 샀던 기억이 난다. 소설책은 아니었고 만화책을 주로 샀다. 그 때를 회상하면 서점의 이미지는 깨끗하고 하얗고 아늑한 그런 곳이었다. 다리는 아팠지만 행복한 고민을 하기에 충분했던 마음의 안식처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일본 문학을 읽을 땐 왠지 모르게 따뜻함이 느껴진다. 뜨거운 커피 같아서 마시면서 입 안에서 입김을 내쉬게 되는 육체의 온기와 정신적인 온기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묘한 작품들이 많다. 그 이유 중에 하나는 가독성이라고 생각했다. 번역으로 점철된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어렵지만 최소 작품 안에 있는 뉘앙스의 50퍼센트를 볼 수만 있다면 만족한다. 일본 작품은 전반적으로 그런 작업이 잘 되어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