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식민주의 이후 독립 민족국가들은 흔히 식민지였던 과거사를 잊고자 한다. 이 망각하려는 의지 혹은 포스트 식민적 기억상실은 과거에 대한 침묵과 생략을 통해 역사를 스스로 창안하고자 하는 욕구의 징후이다. 이 책에는 '다르게 생각하기:지성사에 대한 간략한 개요' 등 포스트 식민주의와 관련한 9...
1장. 식민지의 이후 After colonialism
1985년 가야트리 스피박은 '서발턴subaltern은 말할 수 있는가?'(스피박 1985)라고 물으면서 인종과 계급에 대한 서구 학계의 무지에 문제를 제기했다. 스피박의 '서발턴'을 억압된 주체, 그람시(Antonio Gramsci)의 '서발턴 계층subaltern classes'(Gramsci 1978)의 구성원, 혹은 좀 더 일반적으로 '열등한 계급'을 의미했으며, 이 문제제기는 현재 서발턴 연구 그룹으로 알려진 1980년 대 초반 일단의 지성 집단의 작업을 뒤이은 것이다. 이 그룹이 지향하는 목표는 '남아시아 연구 분야에서 서발턴 주제에 대한 체계적이고 지적인 토론을 증진하는 것'이었다(구아 1982 p. ⅶ). 나아가 그들은 자신들의 기획을 '계급, 카스트, 연령, 성, 직업의 관점과 여타의 방식으로 설명되는 남아시아 사회 종속의 일반적 특성'을 연구하려는 시도라고 기술했다(1982 p. ⅶ). 이들 그룹은 서발턴의 '역사학,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등 가시적인 분야와 이에 맞물려 있는 '태도, 이데올로기, 신념 체계 즉, 그 조건을 구성하는 문화'에 관한 관심사 모두를 광범위하게 포괄한다(구아 1982 p. ⅶ). 다시 말하면, '서발턴 연구'는 '사람들'을 마침내 엘리트주의적 역사기술의 페이지 안에서 발언하게 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진정으로 억압되었던 그들을 대변하고 침묵했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시도로 정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