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아는 만큼 보인다'를 넘어서 '체험의 깊이 만큼 느낀다'는 것을 보여주는 서양 미술 순례기. 1970년대초 재일교포 간첩사건에 연루되어 수감된 두 형(서승, 서준식)의 구명을 위해 20여년을 보낸 저자가 그림 속에서 자신의 가족사를 덮친 고통과 우리 근현대사의 질곡의 의미를 담담하게 읽어낸다. 그가...
1. 들어가며
<<나의 서양미술 순례>>은 재일조선인 연구자이자 활동가 서경식의 예술 기행 에세이이다. 1983년부터 오른 유럽여행길에서 만난 미술작품들을 소개하는 형식이다. 지금이야 해외 여행이 자유롭고 여러 다양한 예술 에세이들이 쏟아지지만 당시로서는 그동안 많이 소개되지 않은 작품들을 접할 수 있어 신선한 충격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1992년 <<나의 서양미술 순례>>이 한국에 번역 출간된 이래 많은 독자들에게 서양 고전 예술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를 제공했다.
<중 략>
4. 서양미술을 넘어
『나의 서양미술 순례』는 단순한 (유럽)여행기나 예술에세이의 경지를 넘어선다. 그의 미술 순례 여정은 흔히 서구의 유산으로 알려진 고전 미술 개념을 탈구축하려는 시도였다. 그러한 예술과 정치의 관계의 재의미화의 시도는 『나의 조선미술 순례』를 거쳐, 일본 근대미술의 이단자 계보를 따라가는 『나의 일본미술 순례』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