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문학에서 황정은은 지금 평단과 독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젊은 작가 중 하나다. 그는 첫 소설집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에서 독특한 상상력과 더불어 현실과 환상의 절묘한 결합으로 그 개성을 인정받았고, 첫 장편 『百의 그림자』로 단숨에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하며 ‘고도의 윤리성을...
실제 난 히어로물 중에 ‘배트맨’ 시리즈를 제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작중 “팽귄맨이었던 배우의 이름이 뭐였더라”라는 첫 문장이 나올 때 흠칫했다. 설마 내가 아는 그 ‘펭귄’은 아니겠지 하고 말이다. 그런데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진짜였다. ‘대니 드비토’가 몇 년 전 봤던 영화 ‘배트맨 리턴 즈(1992)’에서의 악당 ‘팽귄’ 역을 맡았던 사람이란다. 영화에서 ‘펭귄맨’은 어릴 적 부모에게 버려져 하수구의 펭귄들에게 길러졌는데 나중에 커서 사랑과 관심을 향한 욕구가 분노로 변질 돼 악행을 일삼게 된 악당이다.
비가 떨어진다, 빗소리가 들린다, 라는 것은 사실 인간의 관점이다. 비의 관점에서 혹은 우주의 차원에서 보면 '허공을 낙하하고 있을 뿐이다'. '우주처럼 무한한 공간을'. 빗소리는 '빗소리라기 보다는 빗방울에 얻어맞은 물질의 소리'이다.
이처럼 황정은의 이 소설집에는 인간 외 사물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소설이 많다. <옹기전>에서는 항아리가 말을 하고 <묘씨생>은 길고양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 <대니 드비토>와 <낙하하다>의 귀신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