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소설 『자랏골의 비가』. 1977년에 출간되어 우리 민중문학의 역작으로 자리매김해온 작품을 옛 표기를 바로잡아 개정판으로 새롭게 펴냈다. 전라도의 어느 벽지인 자랏골. 일제 치하와 한국전쟁을 거쳐... 인근 지역의 제일가는 유지인 이양문 일가가 자랏골 최고의 명당자리에 묘를 이장하면서 벌어지는 갈등을...
내 또래부터 시골의 할머니까지. 이들과 대화하며 내가 가졌던 궁금증이 하나 있었다. 저 사람이 저렇게 생각하게 된 까닭이 뭘까? 가까이 아버지부터, 저 먼 곳에 계신 할아버지까지. 많은 것들이 궁금했다. 알 수 없는 벽. 세대 차이라 하는, 흔히 말하는 그 것일까? 그럼 그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내가, 그리고 우리세대가 경험하지 못한 강렬한 것이 그 분들의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의 외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 때, 강제동원령으로 트럭에 실려 가던 중 탈출해 고향으로 돌아왔고, 친할아버지는 해방 이후 경찰이었다.
< 중 략 >
현대에 만연한 이기주의를 극복해 낼 수 있는 것은, 우리 한국적 정서, 이 자랏골에서도 드러나는 공동체 의식을 통해 우리가 물려받은 위대한 정신적 유산을 이 땅에 심을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갈등이 한순간에 해결될 수는 없겠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따뜻함에서부터 출발한다면 더 좋아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