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19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부문에 <꽃다발> 등단하여, <오세암>, <물에서 나온 새> 등의 작품을 통해 깊은 울림이 있는 문체로 어른들의 심금을 울리는 '성인동화'라는 새로운 문학용어를 만들어 낸 정채봉. 평생 소년의 마음을 잃지 않고 맑게 살다 2001년 1월 짧은 생을 마감했다. 이...
나는 교만했다. 그리고 아마 지금도 교만할 것이다. 누군가에게 ‘가르치는 것’을 좋아한다. 아니, ‘지적질’이라 보는 것이 올바를 것이다. 그럼에도 누군가가 나에게 가르쳐주려 한다면 그것을 단지 지적질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아니 받아들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번에 선물 받은 책 ‘마음으로 보는 길’ 은 내가 교만하던 어린 시절에 그닥 즐겨 읽지 않았던 책의 종류였다. "어른"들의 산문집을 그 때는 잔소리로 들었다. 여러 해 살아본 사람들의 지혜가 달갑지 않았을 때였다. 내가 사는 게 더 맞는 것 같았다. 그들의 얘기는 고리타분한 옛 이야기 같았다.
그런데, 이번에 결혼과 아내의 임신이라는 인생의 큰 과정을 겪고 책장을 열게 된 정채봉 선생의 글은 좀 다르게 와 닿았다. 두렵고 큰 인생의 관문 앞에서 나는 조언이 필요했던 것일까. "탄생"을 앞두게 된 사실을 알게 될 시점이라 그런지, 인생의 "끝"을 앞두고 있는 정채봉 선생의 글들이 더 크게 와 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