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와카 작가인 동시에 서예가인 요시다 겐코(약1283~1352년경)의 수필집. 와카로 드러내지 못한 다양한 느낌이나 깊은 인생관을 편안하게 써 내려간 그의 대표작이며 에도 시대로부터 현재까지 가장 사랑받고 있는 수필의 고전이다. 일본 사람 나름의 긍정적인 생활관이나 자연관, 중국사상에서 일본 사상을...
일본의 현대문학은 워낙 유명한 작품들이 많아 일본에 대해서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누구나 한 번은 접해보았을 것이다. 다케토리모노가타리의 경우에는 가구야 공주라는 이름으로 영화화되어 있어 앞서 접해본 적이 있다. 특히나 고전 문학의 경우에는 그 당시를 아닌 것이 아니니 글로 보는 것과 시각매체로 보는 것이 그 어떤 장르보다 차이가 크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보고 다케토리모노가타리를 읽으니 히메의 모습이 이미 영화에서 본 가구야 공주의 이미지로 떠올리게 되었다. 나는 영상을 먼저 봄으로 히메에 대하여 상상할 수 있는 기회를 잃은 것이다. 어린 시절의 나도 다케토리모노가타리라는 원작이 있었다는 걸 알았더라면 책을 먼저 읽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누군가가 이야기한 것처럼, 책으로 시대와 문화를 바라본다 하였듯, 책에 있는 묘사를 상상하며 문학이라는 한 장르를 머리에 그려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래는 한 줌의 모래를 읽고 노을이 피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이것으로 독후감을 쓰고자 하였다. 하지만 겪어보지 않았음에도 이시가와 다쿠보쿠의 세 줄의 시에 눌러 담김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고 생각되었다.
이 책은 무료함 속에서 마음이 이끌리는 대로 그저 아무 이유도 없이 부질없는 내용을 써 내려갔다는 『도연초』는 붓 가는 대로 쓴 수필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다채롭고 풍요로운 정신세계를 그려 냈다. 거기에는 인간과 무상, 색욕, 주거, 술과 음식, 친구, 말, 죽음 등 실로 다양한 주제가 자유분방한 필치로 제멋대로 길고 짧게 전개된다. 때로는 옛날의 조정이나 무가의 법령 및 전례와 고사에 대해 고증하고, 또 어느 때는 흥미진진한 설화를 있는 그대로 기록했다. 모든 것은 지은이 겐코의 무료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며, 마음이야말로 모든 것의 시초라는 것을 말해 준다. 이 글에 일관되게 흐르는 사상은 제행무상(諸行無常)에 대한 각오와 그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시각이다.
도연초는 ‘마쿠라노소우시’, ‘호죠키’와 더불어 일본의 중세시대 3대 수필로 꼽히는 유명한 고전이다. 자연과 인생에 대한 감상과 사색을 기록한 가마쿠라 시대 후기의 수필로, 지은이는 요시다 겐코(1283~1352)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