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대한제국 수립 직전 러시아 정부가 파견한 러시아 장교 조선 탐험대의 생생한 기록. 동학 농민 운동, 갑신정변, 명성황후 시해 사건, 아관파천, 단발령 등 역사 현장의 기록과 조선의 지리, 군사,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대한 연구 등 격동기 조선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책을 읽고난 후,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역사학자 랑케와 카의 사관이었다.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에서 배운 적이 있는 이들은 서로 다른 역사학적 사관을 갖고 있었다. 랑케는 실증주의를 주장하며 “역사학의 임무는 과거의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는 것으로 역사연구에 있어 개인적인 견해나 해석이 가미되어서는 안된다”고 보는 입장이다. 반면에, 랑케와 대립되는 입장에 서있는 카의 역사관은 “과거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며 현재의 가치에 비추어 의미있는 역사가 진정으로 의미있는 역사”라 하며 역사가의 주관을 매우 강조한 인물이다. 지금까지 나는 “역사가의 주관적인 사고 없이는 불완전한 과거의 사실을 완벽하게 재구성해 낼 수 없다”는 말에 동의하여 카의 역사관에 동조하는 입장이었지만, 이 책을 읽고난 지금은 과연 카의 역사관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 그 이유를 설명하자면 이렇다.
내가 한국사에 관심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내가 아는 한국사적 지식은 어렸을 때부터 읽은 “한국의 역사”와 “한권으로 읽는 삼국, 고려, 조선왕조실록” 그리고 그밖에 다른 책들로부터 얻은 것이었다.
‘세계사와 한국’이라는 교양 과목을 듣게 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록한 조선의 역사가 아닌, 우리와 조금은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외국인들의 눈으로 보는 조선의 역사에 대해 관심이 가고 흥미가 생겼다. 대학 입학 전 고등학교에서도 끊임없이 국사와 근현대사를 공부했고 어쩌면 내가 배웠던 역사와 비슷하겠거니 해서 수강신청을 하였다. 그러나 ‘세계사와 한국’이라는 교양 수업 자체가 국사, 근현대사와는 약간 다른 부분의 역사를 다루는 것이었다. 수업을 반 이상 들은 지금, 내가 처음 수강 신청했을 때의 생각보다 훨씬 더 재밌게 수업을 듣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매주 수업시간마다 책 한권씩을 읽기에는 힘들기 때문에 교수님이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외국인들의 시각에서 바라본 조선의 역사에 대한 책들 중 중요한 부분을 정리하여 알려주신다. 수업을 들으며 줄곧 수업시간에 배우지 않는 다른 외국인들에 대해서도 궁금하였는데 이번 과제를 통해 내가 직접 책을 찾고 그것을 읽으며 그들의 조선에 대한 인식을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동안 많은 책들을 검색해보고 찾아본 후에 내가 읽어보기로 결정한 것은 러시아 장교의 조선 여행기인 ‘내가 본 조선, 조선인’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카르네프 외 4명이 각각 조선을 여행하고 느낀 점을 쓴 걸 모아둔 책인데 나는 그 중 이 책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육군 대령 카르네프와 육군 중위 미하일로프가 쓴 ‘조선 중남부 여행기’에 대해 정리하려고 한다. 이들의 여행기간은 1895~1896년으로 66개의 다른 내용으로 기록되어 있다. 1895년 11월 8일, 카르네프를 포함한 조선 탐험대원들은 하바로프스크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떠나라는 명령을 받고 이동을 하는 동안 고생을 굉장히 많이 하였다.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하자 통역관들이 배치되었는데 탐험대원들은 숙련되지 않은 다른 통역관들에게는 그런대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조선어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러시아 어, 중국어, 일어를 할 줄 아는 각각 1명씩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