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자기 자신의 이름(“명함”)을 잃어버린 채 길에서 비명횡사(“로드킬”)할 운명에 놓여 있는 K(「로드킬」), 아버지의 외도와 부재를 이해하는 엄마를 납득하기 어려운 ‘나’(「모두의 내력」), 인간 폭력의 근원과 파국적 미래를 예언하는 소녀(「칼」), 자기 자신에게 부여된 확고한 계급적 차이를 넘어설 수...
오선영 작가가 등단 5년 만에 내놓은 첫 소설집이다. 부산 출신의 작가가 그린 오늘날 지역 청년의 삶을 담고 있다. 수록된 여덟 편의 소설을 읽어 보면 소설은 현대 도시를 살아가는 평범한 혹은 소외된 사람들의 음울하고도 무거운 삶의 풍경들을 이야기한다.
표제작인 「해바라기 벽」은 부산의 낙후된 지역이 문화재생공간으로 거듭나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그곳에 거주하는 빈곤층 소녀가 겪는 일을 그린다. 이른바 ‘오버투어리즘’으로 매체에 오르내리듯이 관광지화 된 소외지역은 일종의 ‘빈곤포르노’로 소비된다. 풍경 이면의 내력에 대한 이해 없이 이미지에 의해 잠식되어버린 공간에서 마지막에 주인공 여학생이 보인 돌발적 행동이 충격으로 다가온다. 「로드킬」에서 주인공은 네트워크 매니지먼트라는 지극히 자본주의 친화적인 시스템의 업무 속에서 상사와 고객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비정규직 청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