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일본의 자유주의 지식인 요시노 사쿠조와 조선문제에 대한 연구서. 이 책은 일본의 식민정책과 조선통치에 대한 기존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나, 일본의 조선지배정책과 그 지배의 양상을 추적하기 보다는 전전(戰前) 자유주의 지식인의 의식 속에 자리 잡고있는 식민지관과 조선지배관에 대한 인식...
① 기독교와 에비나 단조
먼저 저자는 요시노의 사상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에 앞서서 그의 사상과 인격 형성에 영향을 미친 요인들에 대해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한 인물의 인격과 사상은 짧은 시간에 간단히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당한 기간을 거치면서 성숙되고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가 파악한 요시노의 사상 형성에 가장 중요하게 영향을 미친 요인은 기독교와 그의 스승 에비나 단조이다.
요시노는 고등학교 시절인 1898년 21세의 청년으로서 침례교회에서 침례를 받고 기독교에 입신한 후 평생을 독실한 평신도로 살았다. 기독교는 그의 세계관과 인생관 그리고 정치 및 사회사상 형성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였는데, 그는 기독교를 통해서 스스로를 도덕적으로 재무장하고 자기수양을 할 수 있었다. 그는 기독교 정신을 “사회개조운동을 이끄는 가장 근본의 정신”으로 받아들이고 기독교를 통해 인간에 대한 낙관적인 신념을 형성할 수 있었는데, 이는 “세상에는 비분강개할 많은 문제가 있지만, 그러나 결국 인간 사회의 앞날은 밝고 끝에는 항상 정이 넘쳐흐를 것”이라는 그의 말을 통해서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이와 같은 요시노의 낙관적인 인간관과 도덕적 신념을 바탕으로 한 기독교관이 그의 사상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지만, 그와 동시에 그의 사상적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요시노가 낙관적인 인간관으로 인해 사회적 갈등을 통해서 나타나는 정의롭지 못한 것, 냉혹함, 부패 등과 같은 인간의 어두운 측면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저자는 이러한 사상적 한계가 요시노의 조선식민지통치 비판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고 하였는데, 조선 식민지 지배에 대한 그의 이중적인 태도가 이 때문이라고 파악하였다. 뒤에서 살펴볼 요시노의 식민지 지배에 대한 비판은 식민지 지배라는 현상 자체를 다루지 못하고, 단지 정책의 도덕적이고 인도적인 측면에만 국한되어 있는 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