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까지 윤흥길씨의 작품을 접한 것은 완장 이후 두 번째이다. 완장은 권력에 집착하는 한 어리석은 인간이 우리사회를 비판한 일면을 지니고 있는 반면 백치의 달은 어리석은 순진한 사기꾼을 대변해 현대사회의 무서운 일면 즉, 돈과 두뇌의 위력 앞에 무기력 해지는 인간의 구린내 나는 구식을 파헤치는 역할을 한다. 주인공 여영수는 전과 2범인 사기꾼이다. 그는 비록 사기꾼이지만 퇴소 후 눈부시게 발전한 서울의 모습에서, 중산층 아파트 배란다에 널려 있는 빨래와 놀이터에서 천진난만하게 뛰도는 어린이들을 보고 천국을 연상한다. 그리고 힘들게 살아가는 서민들을 위해 아파트를 지어 그들에게 천국을 선사하고 싶어하는 강렬한 욕구를 느낀다. 그는 곧 교도소 친구인 이부성과 동업을 하고 건설회사를 만들어 아파트를 짓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