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이가 죽었다. 가을 단풍 구경 하러 산을 올라갔다가 변을 당한 단순한 실족사라고 포도청은 수사를 매듭지었다. 오늘도 나는 누이의 사체가 발견되었다는 장소에 가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눈가에 맺힌 구슬은 말없이 볼을 타고 주르르 떨어져 누이가 변을 당한 곳을 적실뿐이었다. 며칠 뒤, 감쪽같이 흔적을 감추어 버린 누이의 사체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어 나는 더욱이 원통 하였고, 가는 저승길 편히 가도록 장례조차 치루지 못해 준 미안함에 차마 발길을 돌릴 수 없었다.“오오, 내 불쌍한 누이여......”누이가 나에게 남긴 것이라곤 현장에서 발견된 눈썹 두어 낱……. 더 이상 맨 정신으로 이곳에 계속 있을 수 없었다. 술이 필요했다. 나의 답답하고 미쳐버릴 것만 같은 심정을 달래 줄 술이……. 사들고 온 술병과 누이의 눈썹 두어 낱을 손에 꼭 쥐고 나는 끝없이 걸었다. 누이를 품은 산, 아니, 누이가 가을 산 그림자에 파묻혀 지금도 떠돌고 있을 그러한 산으로 계속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날은 점점 어두워져만 갔다. 앞을 분간 할 수 없을 만큼 까마득하고 칙칙한 어둠이 곧 깔려왔다. 나는 누이가 죽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포도청의 수사 발표는 잘못된 것이 분명했다. 누이는 가을 산 그림자가 덮어버린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깜깜한 어둠 속의 그림자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내 몸은 달아오르고 있었다. 빼곡하게 가득 찬 나무들은 서서히 가지를 흔들어 내 앞을 저지하는 듯 했고,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닥은 꿈틀꿈틀 거리며 요동을 쳐댔다. 결국,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 순간, 앞에 희미하게 빛나는 강이 눈에 띄었다. 강은 어둠에 쉽사리 몸을 섞이지 않고 있었다. 나는 있는 힘껏 몸을 움직여 강가에 겨우 다다랐다. 눈앞에 펼쳐져 있는 강의 물소리는 너무나도 고요해서 누이에 대한 애수가 덜컥 솟구친다.“누이야, 가을 산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낱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정정(淨淨)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가면 즈믄 밤의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