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에우리피데스의 비극들을 원전으로 읽다!
그리스의 마지막 비극작가 에우리피데스의 비극들을 모은 작품집『에우리피데스 비극 전집』제1권. 그리스 로마의 고전을 원전 번역으로 소개하는「원전으로 읽는 순수 고전 세계」시리즈 중 하나이다. 그리스 문학의 원전 번역에 각고의 세월을 바친 천병희 교수가...
코린토스에 있는 메데이아의 집 앞에서 메데이아의 유모는 이아손의 배신과 메데이아의 슬픔에 대해 비탄한다. 차라리 아르고 호가 쉼플레가데스 바위들 사이를 지나 콜키스인들의 나라로 달려가지 않았더라면, 펠리온 산의 골짜기에서 전나무가 도끼에 넘어져 펠리아스를 위해 황금 양털을 찾으러 간 가장 뛰어난 전사들의 팔을 위해 노를 마련해주지 않았더라면, 메데이아 마님이 이아손 님에게 사랑에 빠져 이올코스 땅의 성채를 찾아가지 않고 펠리아스의 딸들을 설득해 펠리아스 왕을 죽이게 하지도 않았을 것이며 코린토스 땅에서 살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또 이아손 님이 메데이아 마님과 자식들을 버리고 코린토스의 왕 크레온의 딸과 결혼하려 하니 그로 인해 메데이아 마님은 이아손의 배신을 알고 난 뒤부터 식음을 전폐하고 눈물만을 흘리며 방바닥만 응시하고 있으며 이따금 눈부시게 흰 목을 돌려 사랑하는 아버지와 고향과 집을 배신하고 이아손을 따라 왔지만 배신을 당하고서야 고향에 머문다는 것의 의미를 비로소 알게 되어 슬퍼하고 있다고 한다. 유모는 메데이아에 대해 잘 아는 만큼 그녀가 침상에 몰래 들어가 가슴을 찌르거나, 국왕과 남편을 죽이는 끔찍한 일을 궁리하고 있을까봐 걱정한다. 유모는 아이들은 메데이아의 고통에는 관심이 없다고 하며 말을 마치고, 가정교사가 메데이아의 두 아들을 데리고 등장한다. 가정교사는 유모에게 왜 메데이아와 함께 있지 않고 혼자 문간에 서서 비탄의 노래를 부르고 있냐 묻는다. 유모는 메데이아의 충실한 하인으로써 주인의 불행은 곧 자신의 불행이므로 메데이아의 불행을 대지와 하늘에 하소연해보고 있다고 대답한다. 그러자 가정교사는 유모에게 페이레네의 신성한 샘가에 갔다가 국왕 크레온이 메데이아와 아이들을 코린토스 땅에서 내쫓을 것이라 말했다는 것을 들었다고 말해준다. 유모와 가정교사는 이 사실을 비밀로 하기로 한다. 유모는 메데이아가 노여움을 키우고 있기 때문에 가정교사에게 아이들을 떼어놓고 메데이아 곁에 두지 말라고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