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유경촌 주교가 풀어 쓴 가톨릭 사회 교리 『21세기 신앙인에게』. 유경촌 주교의 글 가운데 비교적 쉬우면서도 주교의 생각 전체를 가늠할 수 있는 네 편의 논문을 골라 엮은 책이다. 성숙한 신앙인에 대한 말씀을 비롯하여, 십계명의 두 번째 계명과 일곱 번째 계명의 의미를 폭넓게 설파한다. 또한 재물의...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예전에 모 신부님이 미사 중에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었다.
"가끔 성당에 있다 보면 세례받았던 거 취소해달라고 전화가 걸려 옵니다. 왜 신부들이 사회에 나와서 시위하고 정치에 관여하느냐고.. 그게 부끄럽답니다."
부끄럽다. 그 말을 나는 어쩐지 부정할 수 없었다. 스스로 자진하여 성당에 가서 나름 교리 공부도 착실히 하고 세례도 받은 케이스였지만 종교가 정치사회의 영역에 간섭하는 것에 나는 여전히 불편함을 느꼈다. 마땅히 정교분리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교회는 어디까지나 도덕적인 측면에서 개개인들을 계도하고 사각지대에 놓인 어려운 이웃을 도우면 제 할 일을 다 하는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중 략>
신학적 측면에서 보면 사실 당연한 말이지만 마냥 당연한 것으로 치부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너무나도 어려운 이야기다. 내가 열심히 일해서 얻은 것을 남에게 나누어 주면서 이건 내 몫이 아니었으니 돌려주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하면 그거 완전 정신나간 소리 아니냐할 사람이 태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