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집 소개
「악의 평범성」은 1987년 제주 4·3의 비극적인 진실을 담은 서사시 「한라산」을 발표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에 걸려 스물일곱의 나이로 붙잡혀가 혹독한 고문을 당하고 옥살이까지 했던 이산하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다. 「악의 평범성」이라는 시집의 이름은 과거 한나 아렌트가 예루살렘에서 열린 유대인들의 대학살을 집행했던 나치 전범 아이히만의 재판을 지켜보는 과정에서 내린 결론적인 개념으로 지극히 평범한 시민들이라도 스스로 깨어있지 않고 성찰하지 않으면 큰 악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22년 만에 나온 「악의 평범성」은 전체 4부로 구성되어 있고, 비인간성에 대한 고발과 고해성사로 이루어져 있으며, 한국 현대사에서의 슬픈 폭력과 부유하고 평범했던 인간들의 악행을 담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