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신작 에세이 『사실, 내성적인 사람입니다』에서 남인숙은 내향인이어서 일굴 수 있는 내밀한 행복에 주목하면서 내향성은 결코 교정해야 할 성향이 아님을, 그저 담백하게 분류한 성향의 하나일 뿐임을, 외향성처럼 타고난 대로 살아도 괜찮은 성향임을 이야기한다.
사실 그는 380여만 판매 부수를 기록한...
블루투스에 연결된 라디오의 음악 소리가 참 좋다. 그 음악을 들으며, 책상에 앉아 책을 읽고 생각을 하는 것도 좋다. 그러다 피곤해 지면 책장을 덮고 쇼파에 누워 리모콘을 조작하며 휴식을 취해도 좋다. 따스한 커피 한잔과 내가 쉴 수 있는 공간에서 혼자만의 시간이 좋다. 직장생활 속에서 힘들었던 시간의 에너지를 채울 수 있는 휴일의 이 시간이 나에겐 힐링이 된다.
언어 감각이 좋은 덕에 내가 한 마디씩 말을 던지면 그 자리는 웃음으로 초토화된다. 낮선 사람을 만나도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눈다.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 강의 진행도 주저하지 않는다. 이런 나를 보는 지인들은 외향적이라 말한다. 하지만, 난 내향적이다. 내향인과 외향인은 도파민 수용체에 차이를 보인다. 행복, 쾌락, 흥분과 관련된 호르몬인 도파민은 새로운 경험과 자극에 의해 분비된다.
내성적인 사람으로서 사회화가 되기 전의 나는 내가 열등한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고 관계의 중심에서 늘 밀려나는 스스로가 한심했고 앞으로의 삶이 걱정스러웠다. 그런데 그런 나를 받아들이고 조금씩 용기를 내어 타고난 본성 밖으로 한 걸음씩 발을 내디뎌보면서 그런대로 잘 살 수 있게 되었다.
세상 속에서 삶을 이어나가야 하는데도 능숙하게 손을 내밀지 못하는 성향이 좀 불편했던 건 사실이다. 솔직히 지금도 다시 태어난다면 외향적인 성격을 갖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하지만 내향인에게도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닿기에 유리한 강점들이 있다.
우리 삶의 가장 큰 의미가 행복이라면 결과 면에서 내향인이 그리 손해일 것도 없다. 내향인이 일굴 수 있는 행복은 좀 더 깊고 내밀하다. 내외향이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이해하고 자신을 옳게 바라보는 일이 그런 행복을 가능하게 한다.
당신이 내향인이라면 지금부터 내가 할 이야기 중 어떤 부분에는 공감이 갈 테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을 것이다. 내향인들은 아주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러나 나와 남들이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을 새로 아는 경험은 스스로를 머저리라고 여기는 이들의 삶을 완전히 다른 빛깔로 바꿔주리라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내성적인 사람들이 타고난 바탕 위에서 좀 더 자유롭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 이 책, 내성적이라는 고백 중에서 -
나는 근본이 내성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믿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냥 내가 그렇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쪽이 더 알맞다. 집에서는 말괄량이, 밖에서는 얌전한 아이로 이중생활에 익숙했던 나.
나의 첫 사회생활은 유치원에 입학하면서 시작됐다. 5살 때 처음으로 입학한 유치원에서 나는 부끄러워 밥 한 숟갈도 못 뜨는 극 내성적인 아이였다. 혼자 색종이 붙이기 진도를 못 따라가면 금세 시무룩해졌다. 유치원 입학식 날에는 엄마의 치맛자락을 꼭 붙잡고 한 손가락으로는 친구를 가리키며 말했다. "엄마, 나 저 친구랑 사겨줘," 내가 직접 친구를 사귈 용기가 없어 엄마에게 사겨달라니.
엄마에게 평생의 놀림거리를 쥐여줬던 나는 태초의 내성적인 성격을 아주 잘 숨길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