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아버지의 편지』. 옛 아버지들의 편지를 모은 글이다. 퇴계 이황에서부터 백광훈, 유성룡, 이식, 박세당, 안정복, 강세황, 박지원, 박제가, 김정희까지 조선 선비들이 자식들에게 쓴 편지는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자식을 향한 염려와 걱정을 보여준다. 학자, 관료, 문인이기 이전에 ‘아버지’였던 조선...
『아버지의 편지』: 내 생애 최고의 순간.
아버지는 매우 엄하고 무뚝뚝한 분입니다. 지금도 말 수도 별로 없고 감정표현도 잘 안하는 분이십니다. 박스회사에서 공장장이신 아버지는 작업시간에 맞춰 매일 캄캄한 새벽에 작업복 차림으로 집을 나섰습니다. 그래서 아버지의 출근을 본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잠결에 접한 헛기침과 담배연기. 문 밖을 나서는 구두 발자국 소리가 아버지 출근에 관한 기억 전부였습니다. 그 때의 아버지는 항상 피곤함과 까칠한 얼굴로 고민이 묻어났습니다.
그야말로 부성(父性) 전성시대이다. 놀이와 여행으로 자녀와의 거리를 좁히려는 TV 속 아빠들의 모습은 이제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으며 영화 「국제시장」의 덕수는 우리네 아버지들을 스크린 앞으로 모아 일생을 헛기침과 뒷짐으로 속내를 드러내던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함으로 눈물을 훔쳐내는데 성공했다.
굳이 밖에서 찾을 필요가 있을까. 깊은 밤을 깨우는 울음소리에 눈을 떠 뒤척이는 아이의 얼굴을 마주할 때면 어떻게 인생을 살아가야 할지 아직도 잘 모르는 내가, 과연 아비로서 어떤 세상살이의 조언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이따금씩 마음이 난삽해지곤 한다.
『아버지의 편지』는 이런 아비들의 마음을 엮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