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우동 한그릇』은 표제를 비롯한 '마지막 손님' 두 가지 동화가 실려 있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체험한 어른들과 가난을 모르고 자란 신세대들에게 '우동 한 그릇'의 의미를 되살려준다. 또한 정직과 성실을 모토로 살아가는 한 소녀의 아름다운 이야기 '마지막 손님'을 통해 물질만능과 편...
나의 글은 항상 그 상황에서 나라면 이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내가 우동집 주인이라면 세사람에게 그런 친절을 베풀었을까? 일단 나는 남에게 큰 관심이 없기 때문에 그들이 한그릇을 시켰다면 한그릇만 내어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친구가 아닌 이상 사람의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가족이 매년 찾아와도 전혀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만약 그들의 사정을 알게 된다면 그날 기분에 따라 거지 취급하며 속으로 욕을 할 수도 있고, 선심 쓴다는 듯이 몇 그릇 더 줄지도 모른다. 나에 비하면 우동집 부부는 평소 이웃에게 관심이 많고 사려 깊은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나라면 세사람이서 한그릇을 시켰다면 한 명만 우동을 먹고 싶은가 보다 하고 생각할 텐데 부부는 손님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친절하게 대하려 노력하는 모습이다.
1. 줄거리
섣달 그믐날 폐점 시간이 다 된 우동집에 어머니가 아들 둘과 들어온다. 우동 일인분을 주문하는 그들에게 주인은 1.5인분을 내놓는다. 세 모자는 다음 해에도 섣달 그믐날에 찾아와 일인분을 시키고 주인 내외는 또 1.5인분을 준다. 다음 해에는 그들이 올 것을 예상하고 기다린다. 어김없이 나타난 모자는 우동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남편이 죽고 고생하다 이제 돈을 다 갚은 이야기와 작은 아이가 우동을 먹으며 용기를 얻은 일화를 써서 작문 대회에 나간 이야기를 들은 주인 내외는 눈물을 참지 못한다. 다음 해에도 기다리지만 몇 해가 지나도록 오지 않고, 그럼에도 주인 부부는 매년 그들을 기다린다. 이 이야기가 널리 퍼져 명물이 되기도 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오지 않는다. 그러다 십여 년쯤 지난 어느 날 장성한 두 아들이 어머니를 모시고 찾아와 감사를 표하고 우동 세 그릇을 시켜 먹는다.
매년 섣달 그믐달이 되면은 우동집은 가장 바쁜 날이다. 북해정도 섣달 그믐달은 아침부터 눈코 뜰새 없이 바빴다. 보통은 12시쯤이 되어도 거리가 번잡하지만 이날은 밤이 깊어지자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도 많아서 10시가 넘어가자 북해정의 손님도 뜸해졌다. 북해정의 마지막 손님이 나갔을 때 출입문이 열리더니 두 명의 아이를 데리고 한 여자가 들어왔다. 그 여자는 “우동 일 인분만 주문해도 될까요” 라고 조심스럽게 물어보며 들어왔다. 여주인은 주문이 가능하다고 하고 주방에 있는 주인에게 우동 1인분을 준비해 달라고 하였다.
여자와 아이 두 명을 힐끗 본 주인은 1인분의 우동 한 덩어리와 거기에 반 덩어리를 더 넣어서 준비한다. 우동 한 그릇을 두고 세 사람이 이마를 맞대고 맛있게 먹고는 값을 지불하곤 “맛있게 먹었습니다” 라고 하고 머리를 숙이고 나갔다. 그 다음해에도 모자 세 사람은 북해정에 와서 우동 한 그릇을 주문했다. 주인에게 서비스로 3인분을 주자고 하는 여주인에게 주인은 그런 일을 하면 도리어 거북하게 여긴다며 작년과 같이 우동 하나 반을 삶았다.
하늘에서 펑펑 흩날리는 하얀 눈, 매섭고도 마른 겨울북풍 한파가 살을 에일 듯 온몸을 파고들며 세상 모든 것을 얼어붙게 만들 듯이 세차게 불어올 때, 따뜻한 가게 안에서 보기만 해도 몸에 스며들 것 같은 뜨끈하고 달짝지근한 우동국물을 한 입 들이키고 오동통한 면발을 젓가락으로 한 움큼 집어 올려 후르륵거리며 먹는 기분은 상상만으로도 몸이 사르르 녹아내린다.『우동 한 그릇』이라는 제목의 이 단편소설은 교통사고로 가장(家長)을 잃은 슬픔과 더불어 교통사고 피해자들의 보상금을 변제해야 하는 삶의 중압감을 딛고 일어서는 홀어머니와 두 어린 아들의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섣달 그믐날(12월 31일) 밤은 그 어느 때보다 삿포로에 있는 우동집《북해정(北海亭)》에 손님이 붐빈다. 새해를 맞이하기 전에 우동을 먹으면 새해의 일이 잘 풀린다는 속설 때문이다. 손님이 다 끊어지고 가게를 파할 시간 즈음 어린 아이 두 명과 남루한 차림의 한 여자가 가게로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