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퓰리처상’을 받은 성공한 교수이자,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홀린 마녀”
20세기 미국 대표 시인 앤 섹스턴의 시선집 『밤엔 더 용감하지』가 ‘세계시인선’ 28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의 대표작 여섯 권 중에서 특히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예순여덟 편을 모았다. 미국 시문학사에서...
앤 섹스턴의 시는 절망을 켜는 악기처럼 느껴졌다. 개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사회적 억압 사이 갈등하고 몸부림치는 화자의 목소리가 과감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읽을수록 단순히 고통의 신음이라기보다는, 갈등 너머의 감출 수 없는 단단한 힘을 느꼈다. 시인은 유년 시절부터 가정 안에서의 상처, 삶과 죽음 등 자신이 시를 쓸 수밖에 없는 이유를 외치고 있었다. 이 때문인지 작품 하나하나가 전부 그녀가 삶을 견딘 증거처럼 느껴졌다.
지금도 그렇지 않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앤 섹스턴이 살았던 시기는 특히 개인에게 정상성을 강요하던 시기였다. 여성이 성적이고 폭력적인 의제에 말을 얹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고 그에 불만을 표하기도 쉽지 않았던 시절, 시인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었던 공간은 시라는 예술뿐이었다. 그녀는 언어 안에서 끊임없는 의문을 품고, 이상과 자신을 비교하며 감추고 싶어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본질을 어쩔 수 없는 것, 잃고 싶지 않은 것으로 여기며 스스로를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