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심리학, 법학, 미디어학, 역사학, 철학, 인류학 등 다채로운 분야 학자들이 ‘혐오’라는 단일 주제에 초점을 맞춰 참여한 컨퍼런스에서 출발한 책이다. 제한된 통념에 갇힌 시야를 넓히는 강연과 토론, 질의응답의 내용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혐오가 만든 비극의 역사와 우리 현실 속 혐오의 교묘한 흔적들을...
현재 우리 사회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곳은 포털사이트 댓글이 될 것이다. 극단적으로 의견이 갈리는 것은 일상생활에서도 하기 힘든 일종의 배설물이 됐다. 증오는 또 다른 증오를 불러와 특정 국가와 종교에 대한 거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인종차별을 연극처럼 즐기는 곳이다. 주요 포털사이트의 댓글창을 잠시 둘러봐도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 진영 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무심코 읽으면 정신건강에 해로울 것 같아 고개를 흔든다. 증오는 역사에서 오래된 것이고, 그것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20년 만에 철수한다는 뉴스가 약 두 달 전부터 충격적으로 전해졌다. 왜 미군이 그곳에 주둔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조차 희미해질 만한 시간이 흐른 후에 이번엔 갑자기 철수를 한다고 난리이다. 미군이 철수하고 나면 텔레반이라는 무장단체가 그곳을 점령할 것이고, 그곳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인권을 보장받지 못한 채,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염려스러운 뉴스가 연일 전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곳의 상황은 혼란스러움을 더해 가는 것 같다.
이 책은 심리학, 법학, 미디어학, 역사학, 철학, 인류학 등 다채로운 분야 학자들이 ‘혐오’라는 단일 주제에 초점을 맞춰 참여한 컨퍼런스에서 출발한 책이다.
혐오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로 혐오란 어떠한 것을 증오, 불결함 등의 이유로 싫어하거나 기피하는 감정으로, 불쾌, 기피함, 싫어함 등의 감정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진 비교적 강한 감정(사람이 느끼는 것을 기준으로 함)을 의미한다.
혐오라는 말은 대표적으로 혐오범죄라는 표현을 쓸 때 많이 쓰인다. 혐오범죄(嫌惡犯罪)는 가해자가 인종, 성별, 국적, 종교, 성적 지향 등 특정 집단에 증오심을 가지고 그 집단에 속한 사람에게 테러를 가하는 범죄 행위를 말한다.
영어로는 헤이트 크라임(영어: hate crime)이라 부른다. 증오 집단 가운데 가장 큰 규모는 KKK단이며, 18세기 미국 사회에 만연했던 사형(私刑)의 악습이 이어져 내려왔다는 분석도 있다.
혐오는 왜 사라지지 않을까. 전쟁이나 감염병처럼 생존이 극단으로 위협받는 상황이 발생하면 모든 것이 불확실해지고 불안해진다.
이러한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인간이 고안해 낸 발명품이 바로 <집단>이다. 집단은 공동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구성원 사이에 상호작용(interaction)을 하며, 이러한 상호작용을 통해 이해(利害)를 함께 나누는 조직체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