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질병을 둘러싼 은유들은 어떤 질병에 낙인을 찍으며 좀더 나아가서는 질병을 앓는 사람들에게 낙인을 찍어놓는다. 내 책의 목적은 이런 상상력을 부추기기보다는 가라앉히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문학이 자신의 목적으로 삼아 이루려 노력해왔던 일종의 의미부여가 아니라 뭔가에서 의미를 빼앗는것, 극히...
처음 책을 접했을 때는 “은유로서의 질병”이라는 책 제목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었다. ‘질병’과 ‘은유’가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인지 궁금해서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책을 읽은 후에는 이 제목이 너무나도 잘 와닿았다. 은유란 어떤 사물에다 다른 사물에 속하는 이름을 전용하는 것이다. 즉, 은유로서의 질병이란 질병을 다른 어떤 것의 이름을 빌려 비유하는 것을 뜻한다. 대부분 이런 은유는 안좋은 의미로 사용되며 이는 그 질병에, 더 나아가서는 그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낙인을 찍는다.
수잔 손탁의 이 글은 역사와 문학 속에서 나타난 질병에 대한 은유의 양상을 관조하며 그 왜곡되어 왔던 의미를 드러낸다. 그럼으로 그녀는 질병을 삶과 같이 질병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것, 질병의 은유에서부터 자유로워 질 것을 주장한다. 장 보드리야르에 따르면 현대 사회는 시뮬라시옹 행위를 통해 시뮬라크르를 생산해낸다. 시뮬라크르는 흉내나 모방 같은 전통적인 재현 체계 속에서 생성된 이미지에서 더 나아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 놓는 것에까지 이른다. 이 원본이 없는 이미지들이 현실을 대체하고, 오히려 현실을 지배하게 된다.
<중 략>
니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삶의 모든 조건들을 단지 그것으로써 받아들이는 비극의 태도가 아니라 두려움에 굳이 그것을 봉합하고자 하는 희극의 태도가 이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손탁은 질병에 대한 은유 자체를 비판하고 있는 것 같지만 나는 실상 그녀의 문제의식은 그와는 다른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