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경계 짓기, 소속감, 인정 욕구 뒤에 숨겨진 독선과 차별의 민낯
내가 평소 인지하지 못했던 차별적 시선을 짚어주는 책『내 안의 차별주의자』는 평범한 일상에서 발견한 차별과 멸시의 순간들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나와 사회를 성찰하게 하는 책이다. 유럽에서 주목받는 젊은...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떠한가. 난 바른 시선으로 세상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절대로 세상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없다. 내가 느끼는 것을 표현하게 되면 나의 표현에 주관적인 시각이 포함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시각에 주관을 덜어낼 수는 있다. 나의 생각을 내뱉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하고, 내 생각이 맞는지 늘 나를 되돌아 보는 것이다.
사회학 서적을 읽는 일은 자주 없어서 고르는 데에 더욱 신중을 기하는데, 대개는 차례를 면밀히 살핀 후 머리말을 읽고 그 책을 읽을지 말지 결정한다. 오스트리아의 사회학자 라우라 비스뵈크가 쓴 《내 안의 차별주의자》은 일, 성, 이주, 빈부 격차, 범죄, 소비, 관심, 정치라는 여덟 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어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주제 선정도 좋았고, 여덟 가지 큰 주제마다 둘씩 붙어있는 소제목도 좋았다.
고백을 하자면, 처음 목차를 본 나의 의식의 흐름은 이러했다. 일단 개인이 ‘직업’을 얻음으로써 성취감에 젖는 순간 사회에서 ‘젠더(성)’ 갈등을 맞닥뜨린다. 거기서 목이 막힌 누군가는 ‘이주’를 꿈꾸지만 극심한 ‘빈부 격차’와 뉴스에도 다 못 실을 수많은 ‘범죄’를 보며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라는 자조를 하게 된다. 자포자기 상태에서 무분별한 ‘소비’를 하다 돈 쓰는 김에 사람들 ‘관심’이라도 끌어보자는 마음을 품게 되지만 결국 세상을 바꾸려면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를 것이다.
다 읽고 난 지금, 우습게도 내가 유추했던 바를 나열한 이유는 서두에서 언급했던 ‘보통 사람’의 사고를 보여 주기 위함이다.
일 job
: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지상 명제
밥벌이로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좋아하는 것은 취미로 남겨둬야 하는데 취미마저 일로 만들어야 하는 세태를 비스뵈크는 “위장되고 은폐된 엘리트주의”라고 꼬집는다. “취미가 즐거운 것은 목적 없이 즐기기 때문”이므로 스티브 잡스나 윈프라 오프리 같은 특출난 사람을 내세워 이와 같은 주장을 펼치는 것은 나머지 사람들에게 열정도 없고 능력도 없으니 시키는 일이나 하며 쥐꼬리만 한 푼돈에 감사하라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 그 결과, 현재 대한민국 사회 역시 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 머리와 손의 분리
지식이 권력인 세상에 사는 우리는 손과 머리가 하나였던 과거를 그리워한다.
‘누군가를 차별해 본 적이 있는가?’ 라는 물음에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당당하게 ‘아니요’ 라고 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또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살면서 단 한 번도 누군가를 차별해본 적이 없는가?’ 라는 물음에 당당하게 ‘네’ 라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과연 단 한 사람이라도 살면서 누군가를 차별해 본 적이 없을까?
시대가 변화할수록 사람들은 차별에 대해 민감히 반응하고 평등사회를 외치며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를 지향하고 멸시하는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어온다. 하지만 그런 목소리와는 달리,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이나 가치관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심지어는 자신의 방식이 옳다고 내세우는 사람들도 있다. “남들이 뭘 몰라서 저러는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결단코 한 번도 없는가?” 이 책의 표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