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모든 사람을 위한 특별한 옛 그림 이야기!『오주석이 사랑한 우리 그림』.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그림 속을 노닐다」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오주석. 평생 보일 듯 말 듯한 옛 그림과의 숨바꼭질 속에서 살았던 사람. 그가 우리 그림 특유의 은근한 멋과 깊은 맛을 찰진 언어와 정제된 분량으로...
먼저 김홍도의 <황묘농접도>는 통통한 고양이와 나비가 풀밭에서 노는 그림이다. 언뜻 보면 단순한 동물 그림 같지만 이 안에는 특별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중국어로 고양이 묘는 칠십 노인 모, 나비 접은 팔십 노인 질과 발음이 같다. 고양이가 나비를 바라보는 형상은, 칠십을 넘기고 팔순을 바라보는 의미이다. 그림의 돌은 장수의 상징으로 유명하며, 패랭이 꽃은 석죽화로 죽이 축하드린다는 의미의 축과 발음이 비슷하다. 또한 제비꽃은 여의초라 하여 가려운 곳을 마음대로 긁을 수 있는 여의와 닮았다. 이를 종합해보면 칠십 팔십 오래도록 장수하고 모든 일이 뜻대로 이루어지길 기원한다는 메시지가 도출된다.
필자는 평범해 보이는 그림이지만, 이러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그림에서 무의미한 구성 요소는 없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사물들과 비슷한 음의 한자들을 조합하여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그림을 선물로 받은 이는 메시지를 알아차리고 기쁘게 받았을지 문득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