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도대체 서울은 어떤 도시일까?문헌학자 김시덕 교수가 서울 답사에 나섰다. 40여 년간 살고 생활했던, 특별할 것 없고 역사가 없어 보이는 곳들을 걸으며 조금은 다른 서울의 역사를 읽어 내는 『서울 선언』을 통해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만나고, 진짜 서울의 역사를 만나볼 수 있다. 이 책에 등장...
서울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도시이지만, 서울의 역사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을 찾기 쉽지 않습니다. 아니, 관심조차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비단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도시 전체의 문제일 것입니다. 잦은 외세의 침략과 일제의 식민통치, 그리고 6.25 전쟁을 겪으면서 대한민국의 많은 도시들이 황폐화되었습니다. 거의 초기 상태에서부터 도시는 재건에 들어갔고, 그 동안 대한민국은 세계 유례없는 빠른 경제 발전을 이룩했습니다. 도시로 몰려드는 인구를 수용하고자 독재정권은 개발논리를 앞세워 도시의 역사와 정체성과는 무관한 개발이 이어졌습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도시들은 지역색이 많이 퇴색되었습니다. 전국 어디를 가도 비슷한 풍경과 건축 양식이 이어질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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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에서는 서울에서 최근의 도시 개발의 트렌드인 ‘대규모 아파트단지’와 ‘한옥 마을’로 개발되고 있는 은평 뉴타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과연 이런 식으로 개발이 완료되면 미래엔 서울이 어떻게 기억되고 변모될 것인지에 대한 저자의 대답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단위 아파트 단지는 흉측하며, 한옥마을을 보면 일종의 로망을 느낍니다. 저자는 이에 대해 오히려 대단위 아파트 단지를 현대 한국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될 것이며,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한옥 마을에 대해 유감을 표합니다. 현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한옥은 기와집입니다. 식민지 시대까지 일반 서민들은 평생 거주해보지도 못한 집의 형태입니다. 오히려 우리 서민들의 주된 주거 형태인 초가집은 철저히 외면당하고 ‘한옥’으로 분류조차 되지 않습니다.
이 은평 뉴타운의 들어선 지역도 원래는 신라 시대의 이름모를 서민들의 공동묘지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조선’시대의 ‘양반’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유적, 유물로 인정받지 못한 채 조선시대 양반들이 살던 형태의 인공적인 한옥마을로 개발됩니다. 어떤 것이 진정한 전통인지는 우리들의 취향에 따라 맞춤으로 정해집니다. 이 점은 참 많은 생각이 드는 대목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