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의무 독서가 아닌 재미로 시작될 맨 처음 고전, 『최치원전』금돼지의 자식이라 하여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최치원은 혼자서 글을 떼고, 글을 벗 삼는다. 글 읽는 소리에 감탄한 중국 선비가 시 겨루기를 신청하고 어린아이, 최치원에게 지고 만다. 12살의 최치원은 세상을 배우겠다 선언하고 부모를 떠나 나...
최치원이 하룻밤 동안 혼령과 함께한 사랑. 어떻게 보면 가벼워 보일 수도, 최치원을 소위 현대에서 말하는 ‘나쁜 남자’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자세하게 곱씹어볼수록 나는 최치원이 열렬한 사랑의 감정에 빠진 순애보이자 자신과 비슷한 고독의 운명을 가진 여인에게 공감의 정을 투영하여 위험한 사랑에 불나방처럼 뛰어든 정열적인 인물로 보인다.
최치원의 자는 孤雲, 즉 외로운 구름으로 작품 전반에서 ‘나그네’로 표현되는 최치원에게 매우 잘 어울린다. 내가 최치원의 자에 주목한 이유는 그가 혼령들을 만나기 전에 이미 그 스스로를 고독한 구름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자를 통해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최치원이 이 혼령들과 어떻게 사랑에 빠지게 되었을 지에 대해서 많이 고민했다. 혼령들과의 만남 이전에 최치원이 그들과의 만남을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다고 하기에는 그가 만남 전에 지은 시에는 진지한 애틋함이 담겨있고, 취금이 만남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전해왔을 때, 과분하다는 듯한, 그리고 만남을 기대하는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