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조금 더 이해하기 위해 작가인 도스토옙스키에 대해 알아봤다. 이 소설의 서문에는 필자도 ‘수기’자체도 허구라고 하며 가상의 인물임을 밝혔다. 하지만 저자의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삶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고 나서부터는 작가의 내면이 이 수기의 필자에 반영된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소설이라 하면 시간의 흐름과 배경에 따른 등장인물들의 심리 묘사와 행동 전개로 이루어진 하나의 이야기인줄만 알았던 나에게 한 사람의 경험으로 인한 독백으로만 이루어진 이 소설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 책을 보는 내내 남의 일기장을 훔쳐보며 더이상 벗겨낼 것이 없을 정도로 솔직한 표현에 머리속까지 모두 알아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흥미로움과 동시에 조금은 민망해지기까지 했다.
이 책의 제목이 ‘수기’라고 되어있기에 도스토옙스키 자신의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수기이지만 작가는 등장하지 않는다. 실제로는 소설에 가깝기에 작가는 주인공의 입을 빌려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이 수기는 1부와 2부로 나눠있다. 1부는 지하생활자인 주인공의 내면세계를 담고 있으며 2부는 몇 개의 사건에 대한 이야기이다.
1부는 ‘지하의 세계’라는 제목의 독백형식으로 되어있다. 강렬한 인상을 주는 첫 문장이 있다.
‘나는 병적인 인간이다...’
이 문장의 시작으로 주인공의 이상한 수기가 시작된다. 첫 문장에서 말했듯이 40세, 노령이라고 밝힌 사내인 주인공은 스스로를 병적인 인간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