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그라스는, 그러한 흐름이 독일의 우경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우려했다. 죽음은 “단순히 자료로만 활용”될 수 없으며, 정치적으로 이용될 바에 제대로 알고 역사의 한 장에 기록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라스의 생각이었다. 이것이 바로, 그가 『게걸음으로』를 쓸 결심을 한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한국 역사를 깊이 모르는 외국인이 일제 강점기나 6.25 전쟁 소설을 읽는 것과 마찬가지다. 과거 구스틀로프호 사건을 담고 있는 ‘게걸음으로’는 나누어 살펴보았음에도 이해가 아닌 글자를 읽었을 뿐이었고 한 차례 수업을 들은 이후 그 전에 비해 읽기 수월했으나 현재도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너무 많다.
귄터 그라스가 가상의 인물에게 가해자의 피해 사실을 담은 구스틀로프호 사건에 대한 개인적 경험으로부터 진술하기를 요구한 것은 정말 천재적이라고 생각한다. 민감한 과거사를 서술하는 작가로서 가장 완벽한 대처였으며 작가의 직접적인 개입보다 훨씬 책에 몰입할 수 있었다. 아마 ‘게걸음으로’가 의미하는 것도 개인적 경험으로부터 나선형으로 돌아 본질에 다가서겠다는 포부를 담고 있는 것이지 않을까?
주제: 진실은 밝혀진다. 증오와 보복은 정부가 하기 나름이다.
나는 어머니로부터 구스틀로프호 사건을 글로 써서 온 세상에 알리는 것을 써라는 말, 강요를 듣고 있었지만 자유기고가로서 내 출생에 얽힌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바닷물이 얼마나 차가웠는지 아니? 애들이 모조리 거꾸로 쳐박혔단다. 그걸 큰 소리로 세상에 알려야 해. 넌 운좋게 살아 남았으니 그 책임을 져야지. 언젠가 말해 줘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