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2600여 년 전의 카필라 왕국은 인간이 사는 따 윙에서는 가장 높은 곳인 인도 히말라야 산 기슭에 자리잡은, 아름답고 신비로운 나라였다. 카필라 성은 사시사철 멀리 히말라야 설산의 흰 눈이 보이고, 봄이 되면 온갖 꽃들이 다투어서 피어나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천상의 성이었다. 천상의 사람이 인간이 사는 세상에 내려올 때는 반드시 카필라 성을 하강한다는 전설도 있다. 또한 도솔천에서 생사의 고통 속을 헤매면서 윤회하는 인간들을 구제하기 위해 때를 기다리고 있는 호명보살이 축복의 땅인 카필라 왕국을 선택하여 지혜로운 성왕과 자비로운 왕비의 몸을 빌려 왕자로 오신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 오고 있다.
카필라 왕국은 자비와 정의의 덕성을 갖춘 정반왕에 의해서 다스려지는 조그만 나라였다. 그러나 복덕과 지혜를 갖춘 정반 왕에게도 한 가지 근심거리가 있었다. 왕비가 나이 40세가 넘도록 왕통을 이어갈 왕자를 낳지 못한 것이었다. 정반 왕은 총명하고 잘생긴 왕자 얻기를 간절히 원했지만, 결코 한 번도 하늘을 원망하거나 투정을 부리지 않았다.
정반왕의 부인인 마야부인은 가난하고 헐벗은 백성들을 찾아가서 입을 것과 먹을 것을 나누어주었고 항상 미소를 잃지 않는 따뜻한 마음씨의 왕비였다. 어느 날 마야왕비는 총명한 왕자를 점지해 달라는 기도를 하고 잠을 청했다. 왕비는 이상한 꿈을 꾸었다. 커다란 흰 코끼리가 도솔천 하늘에서 황금빛 옥동자를 태우고 내려왔다. 코끼리는 눈처럼 하얗게 빛나는 여섯 개의 어금니를 가지고 이었다. 흰 코끼리는 왕비에게 다가와 엎드려 절을 하고는 왕비의 오른쪽 옆구리를 트고 몸 안으로 들어왔다. 왕비는 예언가들을 불러 태몽임을 확인하고 곧 마야 부인은 아이를 잉태하였다. 열 달이 되어 아이를 낳을 산월이 다가오자 풍습에 따라 마야 왕비는 아이를 낳기 위해 친정 나라인 코올리 성을 향해 길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