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사는 게 뭐라고』는 2003년부터 2008년, 저자 사노 요코가 세상을 떠나기 2년 전까지 쓴 꼼꼼한 생활기록으로, 간결하고 독특한 문체로 한 편의 소설 같은 예술가의 내밀한 삶을 담아낸 책이다. 마음먹고 또 마음먹어서 겨우 일어나는 것으로 시작하는 사노 요코의 하루는 냉장고 속 자투리 재료를 몽땅...
사노 요코라는 일본의 동화작가이자, 수필가의 마지막 글을 모은 책. 사실 이 작가의 동화책도 꽤나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는 중인데다가 이분이 말년에 암치료를 거절하고 오히려 그 치료비로 고급 외제차 사버렸던 쿨한 분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수필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솔직한 그녀의 이야기를 함께 하면서 문득 멈추어서 생각해보는 것들이 많아졌던 시간이 된다. 요리에 대한 글들이 많아서 계속 읽어나간 책이었는데 점점 그녀의 일상과 생각들, 반성들, 솔직한 이야기들에 빠져들면서 한 권을 단숨에 읽은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의 부제인 시크한 독거 작가의 일상 철학'이 말해 주듯 작가의 일상이 일기처럼 그려진다. 일본인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그녀가 한류 드라마에 빠져있는 모습은 친숙하며 귀엽기까지 하다.
2003년 이래로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나라, 우울증 증가율이 매년 10퍼센트의 폭으로 급증하고 있는 나라. 10대부터 80대까지 살면서 ‘자살’에 대한 키워드를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이 드문 나라. 바로 우리나라 ‘한국’이다. 사는 게 힘들기에, 우리는 종종 죽음이라는 스킵 버튼을 떠올리곤 한다. 그것이 자의에 의한 것이든, 타의에 의한 것이든 말이다. 그러나 타의에 의해 죽을 날을 선고받게 된다면, 그것을 오롯이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미국의 정신의학자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자신의 책《죽음과 죽어감》에서 “진정한 나는 누구인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존재 인가하는 질문을 평생 놓지 않고 살았다” 고 말했다. 또한 그녀는 죽음 앞에서 선 사람의 심리를 5가지 단계로 나누어 설명하였는데, 첫 번째로 내게 그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다는 부정과 고립(daniel)단계 , 두 번째로 어찌해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나 하는 분노(anger)의 단계, 그 다음으로는 어떻게든 이 날까지 만큼은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타협과 거래(bargaining)의 단계, 다음으로는 사태를 직시하며 우울해 하는 억울증(depression)단계,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수용(acceptance) 단계가 있다고 한다.
p.14 역사상 최초의 장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세대에게는 생활의 롤모델이 없다.
어둠 속에서 손을 더듬거리며 어떻게 아침밥을 먹을지 스스로 모색해나가야 한다. 저마다 각자의 방식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 책 도입 부분부터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한 소절이다. 현대의학의 발전으로 평균수명이 증가하게 되었다. 어쩌면 사노 요코의 역사상 최초의 장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세대 즉 장수시대 1세대라고 생각한다. 아무도 닦아놓지 않는 길을 개척해 나아가는 사람 중 한명으로서 책을 읽으면 노인의 삶에 대해 아주 자세하게 표현을 해놓았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이웃나라 일본이기는 하지만 약간의 다른 문화의 정서로 인해 백퍼센트 일치 하지 않는 부분이다. 우리나라의 책이라면 조금은 더 쉽게 공감하고 현실의 심각성에 대해 더 크게 와 닿았을 것 같다. 책 p.59에서도 홍백가요 대전에는 본 적도 없는 젊은 애들만 나오는 통에 나는 주변을 걸레로 닦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