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은 “세상을 바꿔야 할 이유가 없는 자들의 언어”가 아니라,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들”, “언어를 갖지 못한 사람들”의 삶을 솔직하게 담아내는 언어,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응의 글쓰기에 대한 고민이 전면화된 책으로, 이 책에서 은유는 ‘겸손한...
"모두가 알아야 하는 죽음에 대한 외침"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은 특성화고 학생이었던 김동준 군이 장시간 노동과 사내 폭력으로 목숨을 스스로 끊은 사건으로부터 출발한다. 김동준 군의 어머니, 사건 담당 노무사, 또 다른 피해자 아버지를 비롯한 관련된 아홉 명의 목소리를 담아 엮어냈다. 다른 현장실습생의 죽음이라는 사건을 나열하는 방식이 아닌, 한 사람의 사건과 죽음을 심도 있게 목격하는 형식을 택했다. 작가는 이런 글의 구조를 선택함으로써 단순히 사회에 관한 지식을 축적하는데 만족하는 것에서 벗어나 잘 알지 못하는 한 아이를 피가 돌고 영혼이 깃든 온전한 존재로 만나고 자기 삶과의 연결고리를 발견하게 되길 바란다고 한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사람이 죽었다. 누군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은 정말 비극이지만, 그 죽음으로 인해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은 코미디이다. 대다수는 고인의 직업이나 신분 등에 따라 죽음의 귀천이 나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현실에서 누가 죽었는지에 따라, 때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때로는 세상이 떠들썩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예컨대, 10월 25일엔 삼성그룹 회장을 지냈던 이건희 회장이 별세했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손에 쥔 것이 많았던 분이 세상을 떠나니 엄청난 파장이 일어났고, ‘상속세’라는 키워드가 검색창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이처럼 최근 우리의 뇌리에 박혀있는 부고 소식은 대부분 연예인이나 재력가가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즈음 세상을 떠난 사람은 단지 회장이나 유명인사들만이 아니다. 산업 재해로 안타깝게 돌아가신 분도 계실 것이고, 세상의 벼랑 끝에 몰려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아이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