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독보적인 신인 작가로서의 문학적 재능이 번득이던 쿠라하시 유미꼬의 초기 작품!무겁고 난해한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섬세한 감성과 묘사의 힘으로 불쾌감 없이 독자들을 몽환적인 비현실 속으로 매끄럽게 이끌어 나가는 쿠라하시 유미꼬의 소설 『성소녀』. 참신하고 폭넓으면서도 엄정한 기획, 원작의 의도와...
이 작품은 스타일에서부터, 주제, 인물에까지 파격이 아닌 것이 없다.
쿠라 하시 유미코는 일본에서 1935년 출생한 작가로서 데뷔작 '파르 타이'를 비롯하여 다양한 작품을 발표했는데, 그중 하나가 이 작품이며 한국에 소개된 작품으로 유일하다. 작가는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서양 문물을 자주 접하며 자랐다. 그 영향 탓인지 작가는 이 작품에서 외국식 표현이나 단어를 일본식으로 번역하지 않고 외국어 발음 그대로 표현하면서 이 작품을 빈티지하게 꾸며 시대를 잊게 만들었다. 또한 일본 정부가 주도했던 '안보'를 겪은 세대이지만 이 시절을 드러내는 공포, 트라우마, 정치적 특색, 비판 등은 그다지 드러나지 않는다. 사회상이 배경으로 등장하더라도 작품에 큰 영향을 줄 정도의 요소나 주제는 아니란 이야기다.
대신 이 작품은 금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소설에서 어느 한 줄을 읽는 순간, 나는 머리에 무언가 내려앉는 듯한 강한 충격에 휩싸였다. 참으로 발칙하고 명랑하면서 퇴폐적이고 음울한 한 줄이었기 때문이다.
그 문장은 이렇다.
"지금 피를 흘리고 있는 참이에요, 파파, 왜, 누구 때문에? 파파 때문에, 그리고 파파와 사랑을 나눴기 때문이지요. "
소녀의 이름은 미키. 그리고 이야기는 미키를 만난 한 남성, '나', 'K'의 독백에서 시작된다. 길에서 방황하는 것처럼 보이던 미키를 "검은 속옷에 휩싸인 애처로운 여자아이"라고 표현할 만큼 '나'라는 남성은 첫눈에 미키를 완강하게 신비화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후 몇 년이나 서로를 보지 못하다가 미키를 어느 계기로 인해 다시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