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타인과 함께하길 원하지만 동시에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그로 인한 ‘관계의 괴리감’은 인간이 태어난 이래 모든 관계를 맺을 때마다 인간을 괴롭혀왔고, 사회에서 작고 큰 갈등을 일으키며 심하게는 대인기피증, 우울증을 비롯한 각종 병을 유발하기도 한다. 신철규 시인의 시집,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문학동네, 2017)는 ‘너, 나, 우리, 그들’이라는 관계의 괴리에서 파생되는 슬픔이 인간을 넘어서 ‘지구만큼’이나 크다고 말한다. 이 시집은 그 관계의 괴리감이 어디서 시작되고, 어떻게 끝이 나는지, 인간이 그 관계를 대하는 과정을 덤덤히 관철하며 독자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시집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 순서대로 ‘우리가 고개를 숙일 때’, ‘우리는 혼혈이 되어야 합 니까’, ‘그때부터 우리는 모두 벽이 되었다’, ‘이무기는 잠들지 않는다’ 이며, 각각 관계로부터 눈을 돌릴 때, 관계가 무너질 때, 완전한 단절의 상태, 이후의 관계를 대하는 자세를 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