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밤의 팔레트』가 출간되었다. “블루라고 말해야 할 것 같은 어떤 시절의 기분과 세계”(박상수)에서 출발한 이 시집은 시인의 삶 전체를 기록한 세심한... 『밤의 팔레트』에는 다른 정체성으로 인해 자신의 존재에 이물감을 품어온 한 사람의 혼란과 우울이 담겨 있다. 아프지만 아픔에서 멈추지 않고...
너와 나는 우리라는 이름으로 엮인 사이지만 시인은 분해를 즐긴다. 그래서 너, 나는 비슷한 존재로 어깨를 나란히 둘 수 있어도 결코 내면 깊은 곳까지 서로 공감할 수 없는 사이다.
이 작품은 떼어 놓는 기술이 매우 뛰어나서, 어쩔 수 없는 필연을 우연으로 바꾸기도 한다. 시인은 처음부터 한 쌍으로 태어난 것들을 오려내는데, 비록 ‘오른쪽’과 ‘왼쪽’이라고 붙여진 이름은 이름에 지나지 않으며 오른쪽 눈과 왼쪽 눈은 하는 일이 다르다는 것이 글쓴이의 주장이다. 이는 집단 내 개인 하나하나를 존중하자는 좋은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진짜 의도는 쓴 사람만이 알고 있으니 내게 추측 이상의 단정은 어렵다.
팔레트라 하면 수채화나 유화를 그릴 때, 그림물감을 짜내어 섞기 위한 판을 의미한다. 그림을 그릴 때면 우리는 팔레트에서 물감을 섞고 캔버스 위에 붓으로 그림을 그려나가곤 한다. 시를 읽으며 나는 강혜빈 시인의 ‘밤의 팔레트’ 역시 하나의 팔레트라고 생각되었다. 색들이 섞이는 느낌이 드는 듯한 시집이었다. 특히, 시집을 읽고는 박상수 시인님의 평론 ‘블루라고 말해야 할 것 같은 어떤 시절의 기분과 세계. 슬픔과 우울.’처럼 이 시집에서는 ‘파란’의 이미지가 많이 떠올랐고 ‘가장 따뜻한 색 블루’라는 제목의 영화가 떠오르기도 했다.
이 시집에서는 이미지가 좋았던 시들이 많았고, 특히 단어들, 그중에서도 특히 부사들을 잘 활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시들이 많았었다. 시집의 구성을 보면 1부는 현재, 2부는 과거, 3부는 미래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각각의 키워드는 물방울, 빛, 무지개인 것 같다. 특히, 무지개는 시집 전체에서도 중요한 키워드라고 생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