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진 작가의 《언니 오는 날》은 화성문화재단의 ‘2021년 화성예술가 활동지원’ 공모 사업의 지원을 받아 출간된 단편 소설집이다. ‘환한 시선에서 제외된 자들’과 함께 호흡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소설집에 담긴 열 편의 소설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들의 인생을 담고 있다. 소설 속 인물들에게 일어난 사건들이 결코 남 일 같지 않아서 책을 덮으면서 사회적 안전장치의 필요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어느 날 갑자기 평범한 일상을 더 이상 영위할 수 없게 된 사람들을 보면서 평범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지던 삶에 대한 감사와 함께 불안도 느껴졌다. 지금까지 딱히 혜택을 받지 못한 부모님이 가입시켜놓은 보험들을 보며 내내 탐탁하지 않게 생각했는데, 나에게 언제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른다는 걸 떠올려 보면 꼭 필요한 상품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