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제목을 봤을 때는 그냥 지나치려던 책이었다. 도서관 신간 코너에 꽂힌 얌전한 표지의 책들 사이에 떡하니 자리한 《달까지 가자》의 핑크는 몹시 촌스러웠다. 다 읽고 난 지금은 핑크빛 미래에 대한 은유의 일러스트라고 호평을 하고 싶지만 첫 인상은 그러했다. 그 촌스러움을 피하려던 찰나에 그림책 제목 같은 ‘달까지 가자’라는 글씨 위에 적힌 장, 류, 진, 세 글자가 내 눈길을 사로잡아버렸다. 하얀 글씨 바로 위에 떠 샛노랗게 빛나는 달도 믿을 수가 없었으나 그 위에 적힌 장류진 장편소설이란 말도 믿을 수가 없었다.
소설가 장류진은 신인이지만 이미 젊은작가상과 심훈문학대상을 받을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그녀만이 쓸 수 있는 글이라는 칭송을 받으며 독보적인 작품을 지속적으로 쓰고 발표하고 있다. 그녀의 첫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을 읽기 위해 도서관에 예약을 걸어두고 한 달이 훌쩍 넘도록 기다렸던 재작년이 기억이 난다.
이 책은 요즘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열광하는 새로운 투자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는 가상 화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제과 업계에서 아주 유명한 회사로 특채로 입사하여 들어온 직원, 학자금 과 각종 대출 등의 빚과 직원 평가에서의 M 평가, 적은 월급 등 놀라우리만큼 비슷한 환경과 회사에서의 고용된 신분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세 사람은 각자 근무하는 부서가 다르지만 친해지게 된다. 소설은 이들의 가상 화폐 투자에 대한 일대기를 전개해 나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할만한 직장생활에 코인이야기가 살짝 얹어진 소설이다. 장류진작가님은 특히나 독자들의 공감대 형성을 끌어들이는 데 뛰어난 것 같다. 읽고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건 그나마 은상, 지송, 다해 모두 나름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었다는 것이다. 친구 추천대로 덜컥 코인에 몰빵했다가 나락으로 가는 사람들이 사실 더 대부분 아닌가? 여기서도 코인이 나락으로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사람의 심리를 잘 녹여냈던 것 같다.
전문적으로 코인에 대해 공부하고 비전을 알아보고 시작한 은상, 은상이의 추천을 듣고 그냥 은상언니의 말만 믿고 코인에 모든 걸 몰빵하는 다해(주인공), 어쨋든 코인은 싫다고 그런 걸로 돈 벌면 도박이나 다름없다고, 휴지조각이나 다름없다고 하는 지송까지. 아마 투자에 대해서 생각하는 3가지 부류의 사람들을 3명의 등장인물을 통해서 다 드러나지 않았나 싶다.
장류진 작가의 첫 작품은 [일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도서로 2019년 발표 되었다. [일의 기쁨과 슬픔]을 읽었을 때 수 없이 공감했고 앞으로 장류진 작가의 작품이 더욱 기대될 수 밖에 없었다. 한번쯤 경험해 보았을 법한 소소한 사용해 글로 담아내는 작가의 세계를 보면서 누구나 “ 나도 이런 일이 있었지” 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런 작가의 세계가 이번에는 ‘가상화폐’라는 주제로 나의 이목을 사로 잡았다. 현재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가 ‘가상화폐’ 열풍이다. 오르락 내리락 거리는 가상화폐로 인해 울고, 웃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안에 담겨 있다.
명성있는 기업에 입사를 한 세명의 여성들은 일명 흙수저 삼인방으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