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형의 희곡은 처음 읽어보는데, 왠지 이근삼의 희곡 ‘원고지’ 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가족’들이 등장인물이라는 점에서 그렇게 느꼈던가? 하지만 원고지보다 더 무겁고 과장적이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단언 아버지의 ‘자살’ 과 아버지의 자살로 인해 다시 모인 가족들의 말도 안되는 대처 때문일 것이다. 박근형의 ‘너무 놀라지 마라’ 는 변비가 있는 둘째가 대변을 보면서 아버지와 대화를 하며 시작된다. 둘째는 밥은 커녕 게 맛살만 먹고, 아버지는 그런 둘째를 걱정한다. 이 집에는 아버지와 둘째 말고도 첫째의 아내가 함께 살고 있는데, 그녀는 노래방 도우미를 직업으로 삼고 있다. 이 부분에서 들어오지 않는 남편(첫째) 대신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하위층 여성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아버지는 그런 며느리의 직업을 둘째에게 ‘노래가 배우고 싶으면 니 형수 직장 꾀꼬리 노래방에 가보라’는 희극적 대사를 통해 부정적인 시선을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