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추리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즐거움이 너무 의미 없이 금세 휘발되기 때문이다. 해결되지 않을 것만 같던 미스터리 사건의 발생과 그를 해결해 나가는 탐정의 활약은 책을 보는 당시에는 나에게 즐거움을 주지만, 책을 덮고 나면 그뿐이다. 곱씹어 생각해 볼 여지가 전혀 없다. 내 마음을 찜찜하게 하는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나 마음을 울리는 감동, 다시 한번 생각하고 고민하게 하는 요소가 없다. 단편적인 즐거움, 휘발되는 카타르시스. 결국에 남는 것은 메시지가 아니라 작가의 상상력뿐인 가벼운 소설. 그것이 내가 추리 소설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에도가와 란포의 인간 의자를 읽고 나서는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인간 의자를 읽는 내내 소름이 돋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다 읽은 후에도 한참 턱을 괴고 생각해 보아야 했다. 인간 의자는 내가 생각했던 추리 소설의 모든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