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좋은날로 유명한 현진건의 단편소설은 1925년 개벽에 발표되었다. 작가는 초창기 자전소설에서 벗어나 하층민들의 잔혹하고 어려운 삶에 눈을 돌렸고 불 역시 운수좋은날, 고향 같은 사실주의 소설로서 성숙한 작가의 문학관을 나타낸다.
불의 배경은 농촌마을이다. 주인공 순이는 열다섯 살에 시집와 남편의 과도한 성행위, 시골 농촌의 강도 높은 노동, 시어머니의 시집살이와 학대를 견뎌내야 한다. 그녀는 남편과 함께 자는 방을 신혼 방이 아닌 원수의 방이라고 부른다. 늦은 밤 남편과의 성관계를 피하려 헛간에 숨어 잠을 잤지만 새벽이면 여지없이 원수의 방에 눕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