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소설 구조를 혁명적으로 전복한 20세기 스페인 문학의 선구자인 우나무노의 작품.사랑에 상처받은 주인공 아우구스토 페레스는 죽고 싶지만 마음대로 죽을 수 없다. 자살을 허락하지 않는 작가와 씨름하는 아우구스토, 그리고 자신의 캐릭터와 논쟁하는 소설가의 번뜩이는 대화들. 독특한 구조와 우스꽝스러운...
인간은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 하지만 살아있는 인간은 죽음의 실체가 무엇인지 절대로 알 수 없다.-이것은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근원적으로 안게 되는 공포,'운명적 한계'이다.
인간은 이러한 죽음의 공포(운명적 한계)에서 벗어나 진정한 실존체가 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한다. 때로 인간은 인간의 삶과 죽음을 관장하는 '신'의 존재를 믿고 그에게 귀의한다면 영생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는 근대초 서구인들처럼 '신'을 폐기 처분하고 자신만의 신념, 즉 이성에 따라 합리적인 삶을 살고자 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 두 방법은 모두 인간을 운명적 한계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하지는 못한다. 예를 들어 신학이 세계를 지배하던 중세시대에는 '마녀'라든지 하는 비현실적인 개념이 인간에게 삶에 대한 지나친 신비적 자세를 부추겼다. 물론 신에 대한 강력한 ale음으로 공포를 초탈한 사람도 있었겠지만, 적어도 인간 운명의 한계를 극복했든 하지 못했든, 중세인들의 삶은 신을 가장한 부당한 정치, 종교권력에 의해 오랜 기간 암흑 속에 있어야 했다. 즉 신이라는 사후세계의 힘이 역으로 인간의 실재하는 삶을 삼켜버린 것이다. 또 이성의 역시 인간을 운명적 한계에서 자유롭게 하지는 못한다. 사후세계라는 것 자체가 살아있는 인간이 경험할 수도, 측정할 수도 없는 곳이고 보면, 이성은 사후세계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그에 대한 불안을 더욱 가중시킬 우려마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