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번에는 네 처까지 다 데리고 올라가게 하고 내려왔지?”
내가 집으로 내려온 날 밤에 아버지는 나를 불러 앉히더니 이렇게 물으신다.
봄에 내려왔을 때 아버지가 이제는 돈을 아니 주시겠다고 하시므로, 이번까지 돈을 주시면 내 아내까지 다 서울로 데려다 살림을 하겠다고 굳이 졸라서 그때에도 또 돈 3백...
백치 아다다, 별을 헨다 등의 다양한 단편소설은 남긴 계용묵의 목가는 1944년에 발표됐다. 시골과 전원생활의 시를 뜻하는 제목 목가는 아들이 뜬구름 잡는 짓은 그만하고 집의 전답을 물려받아 농사일을 하길 바라는 가족들과 서울에서 직장을 구해 대학 나온 티를 내겠다는 주인공의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인 화자는 대학을 졸업하고 4년 동안 취직을 못해 늘 부모님께 내려와 돈을 빌려 쓰는 사람이다. 물론 자신도 민망한 지 취직을 못했다고는 하지 않고 사업을 준비 중이라며 거짓말을 하는 허영심 많은 사내다. 아내도 있건만 정말 마지막이라던 지난 아버지의 말도 무시하고 또 오백 원만 융통해달라는 떼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