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1986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한 후 김달진 문학상과 대구 문학상을 수상한 송재학의 시집. 시인의 시는 특정한 의미를 드러내기 전에 먼저 들끓는 이미지의 덩어리로 존재한다.
젊은 영혼이 짊어졌던 절망과 자의식, 같은 세대라면 누구나 겪었을 법한 파란만장한 가족사, 파행의 역사가 만들어 낸...
송재학은 1955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포항과 금호강 인근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고, 1982년 경북대학교를 졸업한 이래 대구에서 생활하고 있다. 1986년 계간 『세계의 문학』을 통해 등단했으며, 첫 시집 『얼음시집』을 비롯해 『살레시오네 집』, 『푸른빛과 싸우다』, 『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 『기억들』 ,『진흙얼굴』 ,등의 시집과 산문집 『풍경의 비밀』을 출간했다.
그의 시집 중에서 본고에 다루고자 하는 이 시, <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는 사별을 테마로 한 연시로 시를 떠받치고 있는 이미지는 밝음과 어두움, 죽음과 삶이다.
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
홑치마 같은 풋잠에 기대었는데
치자향이 수로(水路)를 따라왔네
그는 돌아올 수 있는 사람이 아니지만
무덤가 술패랭이 분홍색처럼
저녁의 입구를 휘파람으로 막아주네
결코 눈뜨지 말라
지금 한 쪽마저 봉인되어 밝음과 어둠이 뒤섞이는 이 숲은
나비떼 가득한 옛날이 틀림없으니
나비 날개무늬의 숨결 따라간다네